에너지경제 김지형 건설부동산 부장
며칠전 지인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인근 유명 남도 한식당에서 점심 자리를 가졌다. 광화문 인근 회사를 다녔을 적 자주 점심을 했던 단골식당이었다. 지인이 광화문에서 보자고 하길래 오랜만에 가보고 싶기도 했고 해서 주저하지 않고 추천했고, 포털에서도 검색해보면 상위에 뜨는 맛집이다.
음식도 깔끔하고 남도 맛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재료들이 공수돼 올라왔는데 문제는 바로 ‘모기’였다. 식사 전날 예약을 했는데 당일 점심에 갔더니 지하방으로 배정을 받았고 9월 가을의 문턱 손님들을 반기고 있던 건 쫄쫄 굶고 있던 여름의 불청객 모기였다.
지인들과 점심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왱왱거리는 모기들이 괴롭히기 시작했고 도저희 참을 수 없어 직원한테 정식 항의를 했다. 모기 때문에 점심을 먹을 수가 없다고. 그가 한 조치는 고작 전기모기채 한 개를 준 것이다였다. 직원이 와서 전기모기채로 직접 모기들을 잡아준 것도 아니었다. 이제 모기한테 뜯기지 않기 위해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잡으면서 점심을 먹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거짓말 안하고 적어도 30~40마리 정도 모기를 잡은 것 같다.
점심 나오기 전 점심을 먹으면서 계속 전기모기채에 잡혀서 모기가 타 죽는 ‘지찍’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점심을 준비하는 직원들, 식사를 나르는 직원들, 건물을 유지하는 직원들이 왔다갔다 하면서도 우리 테이블에서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지찍하면서 잡고 있었지만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아! 뭔가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이건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없는 것 아닌 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손님이 모기에 뜯기건 말건, "우리는 그냥 돈 받고 받은 만큼 식사만 제공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건 주인 있는 식당이라면 직원들이 이런 마인드로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돼가고 있는 것 아닐까, 특히 이 식당 직원들은 지하방에 모기들이 창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방에 손님 예약을 받았고, 우리팀 손님 4명이나 모기를 뜯기라고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하방에 모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점심 손님 예약을 받았으니 모기를 미리 퇴치했었어야 했다. 이를 위해 모기약을 뿌리거나, 아니면 전기모기채를 항의하는 손님 손에 직접 쥐어주기 전에 직원들이 직접 손에 쥐고 모기들을 잡았어야 했다. 손님들이 비싼 식대를 지불하고 외식을 하는 이유는 그러한 서비스 비용이 포함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다시 상념에 드는 것은 최근 아쉽게 막을 내린 새만금 잼버리 사태이다. 여성가족부, 행전안전부, 전북도, 새만금개발청 등 잼버리와 연관된 모든 정부 기관들이 서로 졸속 운영과 관련된 책임을 떠넘겼는데 그 사이 잼버리 기간 초반 전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은 새만금 영지에서 이같은 공무원들의 무책임으로 인해 모기밥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잼버리 대회 파행의 원인이 됐던 폭염과 모기 등 해충, 분뇨 등의 문제가 대회 준비 때부터 이미 경고됐었다는 것이다. 여가부, 행안부, 전북도, 새만금개발청 등 주무 부처 어느 한 곳에서라도 주인 의식을 발휘했었더라면 새만금 잼버리가 한국 단체 관광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식당 주인이나 우리 국민이나 비슷한 댓가를 치르게 됐다. 경영학에서 대리인 이론에 따르면, 주인-대리인 관계에서는 대리인의 선호 혹은 관심 사항과 주인의 그것이 일치하지 않거나 주인이 대리인에 비해 전문지식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리인이 주인의 뜻과 다르게 행동하면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도덕적해이, 역선택, 무임승차 문제 등 ‘대리인 비용’이라는 암묵적 비용이 초래한다. 항상 식당 주인·국민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돈내고 밥 먹는 손님들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