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현장 단식과 함께 여의도가 멈춰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검찰이 아랑곳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이 주요 일정을 전부 지연시키면서다.
이 대표가 병원 수액을 맞으면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같은 야권인 정의당도 민주당에 유감의 뜻을 강하게 드러내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18일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참하겠다는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이콧’ 기한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제1야당이자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보이콧에 오전부터 예정됐던 국회 산업통상자원·기획재정·문화체육관광·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 등 전체회의 일정은 줄줄이 취소·보류됐다.
이날 산자위에서는 방문규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의 취소에 따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논의도 무기한 보류됐다.
기재위와 문체위 역시 국정감사 계획서와 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 보이콧으로 열리지 못했다.
첨단전략산업 특위도 이날 기획재정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현안 보고가 불발됐다.
당초 국방위 전체회의는 해병대 고(故) 채모 상병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관련 청원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려 20분 만에 산회했다.
법사위도 민주당에선 간사인 소병철 의원만 참석한 채 ‘반쪽’으로 열렸다.
법사위는 오는 21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중대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 강화 관련 제정안을 의결하고, 교육위를 통과해 넘어온 ‘교권 보호 4법’ 등을 소위로 회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모든 안건 처리가 불발됐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소위 회부 안건만이라도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소 의원 반대로 무산됐다. 법사위는 이후 이 대표 단식 등을 둘러싼 공방만 반복하다가 1시간 만에 산회했다.
향후 법사위 안건 처리 일정은 미정으로, 잠정적으로 25일 본회의가 열린다면 다시 회의를 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인 아동복지법 개정안의 상정을 위해 이날 오후 예정대로 전체회의를 개의, 해당 법안 상정까지만 진행하고 10여분 만에 곧바로 산회했다.
민주당 보이콧은 이재명 대표 단식 시기 및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과 추석 연휴 등에 영향 받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된 이후에도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서 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가 이송 후에도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며 "최소한 수액 치료 외에는 일절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당을 제외하고는 이 대표 단식으로 인한 국회 보이콧에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체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왜 국회가 멈춰서야 하나"라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고 이제 이 대표의 일은 이 대표에게 맡기고 국회는 제 할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을 향해 "강한 유감"이라며 "국회에 복귀해 상임위 개최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당장 19∼20일 예정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일찌감치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틀간의 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21일 본회의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같은 날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을 벼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나마 나머지 상임위는 민주당의 입장 변화 없이 정상 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상임위 소위원회 정도만 정족수를 채워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원식 국방·유인촌 문화체육관광·김행 여성가족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언제 확정될지 미지수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