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방어선 이제서야 뚫는데...우크라이나, 전황 위협하는 두 변수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1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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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가 반격에서 국소적인 성과를 내는 가운데, 전황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에 대한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전쟁 비용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과 더불어, 날씨마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기울어간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육군 지휘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17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동부 격전지 중 한 곳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포위할 수 있는 교두보 클리시이우카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전쟁 전 수백명의 주민이 살던 이 마을은 바흐무트의 남쪽 9㎞에 있는 고원지대에 있어 전술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평가된다.

일리야 에울라시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클리시이우카를 수복함으로써 바흐무트를 에워싸고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인근의 작은 마을 안드리이우카를 점령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번 크리시이우카 수복이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대반격을 개시한 이후 거둬들인 매우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고 전했다.

AFP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이런 승리가 특별히 중요하다고 논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추가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내주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기대만큼의 지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진척이 더딘 전선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내년 국방비와 재건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동원하는 ‘짜집기식’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곧 국방비를 세 번째로 증액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올해 국방비 지출을 300억 달러(약 40조원)에서 400억 달러(약 53조원)로 늘릴 예정이다. 재건 비용은 최소 4110억 달러(약 545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수도 키이우 소재 금융그룹 ICU에 따르면, 올해 우크라이나 경제활동이 전쟁 이전 예년에 비해 약 25% 위축된 수준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당장은 부족한 자금을 우선 국내 채권 시장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올해 국내 시장에서 채권 매각을 통해 100억 달러(약 13조 2000억원)를 차입했는데 이는 미국 원조로 얻은 85억 달러(약 11조 3000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당국은 또 키이우 소재 금융그룹 ICU와 협의해 우크라이나 국채를 해외, 특히 서유럽의 개인들에게 원격으로 판매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할 예정이다.

자금 압박 외에도 우크라이나는 날씨 압박까지 받고 있다.

WSJ은 "전쟁터에서 우크라이나의 다음 적은 나쁜 날씨"라며 땅을 흠뻑 적시는 비와 강추위가 전장에서 최종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를 방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가을비와 겨울 한파로 우크라이나군이 수개월간 전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봄과 가을에 비가 오면서 흑토지대가 진흙탕으로 변하는 이른바 ‘라스푸티차’ 현상이 찾아온다. 이때 보병은 물론 탱크와 같은 중무장 장갑차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WSJ은 11월이나 12월 초가 우크라이나군에게 진흙탕 때문에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가을에도 진흙탕 때문에 전투에 곤욕을 치렀다.

계절이 겨울로 바뀌면 땅이 굳어지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살을 에는 추위 탓에 군인들은 포탄 장전부터 격발까지 기본적인 작업을 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WSJ은 눈이 오는 겨울에는 군인들과 장비 모두 적의 시야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보병을 앞세워 치열한 근접전을 치르는 우크라이나군이 전장에 탱크를 투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도 지난 10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 상황과 관련해 "대략 30∼45일 정도 전투가 가능한 날씨가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서방의 한 국방부 관리는 WSJ에 10월 말쯤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하고 러시아 드론(무인기)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민간인 시설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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