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투자 회수로 투자일임 AUM 92% 급감
허남권 "우량주 가치투자 기조 계속"
베일리기포드와의 협업으로 성장가치주 포트폴리오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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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신영자산운용 기자간담회에서 허남권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성우창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가치투자 명가’ 신영자산운용에 위기감이 드리웠다. 최근 국민연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전액 회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남권 대표이사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우량·가치주 중심 장기투자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글로벌 파트너사의 성장가치주 발굴 능력을 흡수해 가치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 기준 신영자산운용의 투자일임 운용 잔고는 381억원이다. 올 상반기 말(4811억원) 대비 92%가량 급감한 수치다. 이에 따라 펀드와 투자일임을 합한 전체 자산운용 규모도 4조6155억원에서 3조7155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최근 국민연금이 신영운용에 위탁한 자금을 전액 회수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상반기 말 기준 신영자산운용이 보유한 투자일임 자산 중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인데, 이것이 이달 1일 단 하루 만에 대부분 증발하고 만 것이다.
업계에서는 ‘가치주·우량주’로 대표되는 신영자산운용의 투자 기조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신영운용의 투자 콘셉트는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 종목에 집중, 5~10년간 장기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올해 2차전지로 대표되는 테마주·성장주 위주 투자가 고수익을 올리며 신영운용이 벤치마크 대비 저조한 성과를 보여 국민연금이 투자금 회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영운용을 이끄는 허남권 대표는 의연한 모습이다. 이날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신영운용 기자간담회에서 허 대표는 "예상은 못 했지만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운용역은 2~3년 내 성과를 보여야 하므로 단기 수익률이 부진한 경우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중요한 고객은 10년 내외 장기적 안목을 바라보고 자금을 맡긴 개인 투자자들"이라며 "향후 투자 기조에 급격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허 대표의 자신감은 신영운용의 대표 펀드들이 장·단기 성과에서 여전히 준수한 수익률을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영운용 펀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4%, 5년 기준 37%의 수익률을 보인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약 8%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신영운용도 새로운 가치투자 DNA를 심는다. 이날 신영운용은 글로벌 액티브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포드(Baillie Gifford)와 손을 잡고 ‘신영 베일리기포드 글로벌그로스 펀드’를 출시했다. 이는 베일리기포드의 대표 투자전략인 장기글로벌성장주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이다. 허 대표는 이번 펀드 출시를 통해 베일리기포드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성장가치주 발굴 능력을 신영운용에 이식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허 대표는 "신영운용은 지금까지 현재와 배당가치에만 중점을 둔 투자를 해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미래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는 능력을 습득하고자 한다"며 "베일리기포드로부터 성장성 있는 기업을 조기 발굴하는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배워, 신영운용의 펀드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를 위해 베일리기포드 본사로부터 주기적인 리포트를 받는 것뿐 아니라, 본사에도 운용역을 파견할 계획이다"라며 "종목 하나하나의 투자 포인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