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몸살’에 '코스피 이전 상장' 늘어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1 15:54

제약 대장주 HLB, 이전 상장 추진 공시



주가 하락 원인, 공매도 거래 증가 지목



이전상장 완료 SK오션플랜트, 공매도 ‘뚝’

공매도

▲코스닥 시장이 공매도로 몸살을 앓으면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코스닥 시장이 공매도로 몸살을 앓으면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 공매도의 타깃이 된 기업들이 공매도를 피해 코스피로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B는 전날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상장주선인 선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HLB는 코스닥 내 제약 대장주로 코스닥 시가총액 6위를 사수해왔으나 이날 주가 하락세에 시총 7위로 한 단계 밀려났다. HLB는 전일 대비 2.58% 하락한 3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HLB는 최근 공매도 공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HLB의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이 임상을 마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를 앞두고 있는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해서다. 공매도 세력 탓에 호재에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돼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는 게 HLB 측의 설명이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거래가 많으면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코스피의 경우 코스피200 종목에만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어 이전상장 기업들이 코스피200에 편입되기 전까지는 공매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지난 20일 기준 HLB의 이달 공매도 거래대금은 500억7272만원이다. 올 초인 지난 1월 한 달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이 215억9906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직 이 달이 열흘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이달 공매도 거래대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HLB에 앞서 지난달 코스닥 시총 4, 5위인 포스코DX와 엘앤에프도 코스피로의 이전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아직 이전상장이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향후 포스코DX와 엘앤에프 역시 탈(脫) 코스닥을 통해 공매도 우려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DX의 이달 공매도 거래량은 각각 508만주로 코스닥 종목 중 공매도량 1위로 집계됐다. 엘앤에프는 공매도 거래량은 103만주 수준이지만 거래량 대비 공매도 매매 비중이 17.5%로 코스닥 전체 7위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공매도 수요를 예상할 수 있는 대차거래잔고도 높게 나타났다. HLB의 지난 20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1873만주로, 코스닥 공매도 거래량 1위인 에코프로비엠의 대차거래잔고(1031만주)보다 많다. 포스코DX와 엘앤에프의 대차거래잔고도 각각 1067만주, 652만주 수준이다.

공매도를 피해 이미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의 공매도 거래가 감소한 점도 이들 기업이 이전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4월19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SK오션플랜트의 경우 공매도 규모가 대폭 감소했다. SK오션플랜트의 이달 누적 공매도량은 6199주로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1억290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전상장 전인 지난 1월 누적 공매도량은 48만2766주,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은 95억2040만원에 달했다.

지난달 8일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NICE평가정보 역시 이달 누적 공매도량은 2546주로 코스닥 상장사였던 지난 1월 10만6615주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코스피에서도 공매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전상장만으로 공매도 우려 해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기업들이 공매도가 기업 저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매도가 기업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으나 결국 주가는 기업의 가치가 결정한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라며 "코스피에서도 공매도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공매도만을 이유로 이전상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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