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공격하는 정치권 문제" vs "문제 제기 및 비판도 당 대표 역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사단법인 문화자유행동 창립기념 심포지엄 및 창립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자우림의 멤버 김윤아를 향해 "개념 없는 연예인"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연예인들의 정치적인 발언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연예인들이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발언하면서 정치적 파장을 몰고 온데 따른 것이다.
밴드 자우림 멤버 김윤아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가 정치권 공방까지 이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연예인들의 발언은 그들의 지명도와 인기를 타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급력, 영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인기 연예인들을 지지세력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관행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권이 연예인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지지세력 보강 또는 확장 전략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은 늘 거센 논란의 대상이 됐다.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린다.
우선 연예인도 자연인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
연예인은 특정 의사표현으로 힘을 과시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런 의사표현에 따른 책임도 무겁게 지워진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을 뿐만 아니라 의견표명에 대해선 언제든 대중의 심판을 받아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적 편향성에 바탕을 두고 연예인의 인기를 악용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연예인으로서 얻은 특정분야의 인기를 이용해 다른 영역인 정치적 세 몰이를 하거나 진영 편가르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특정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며 해당 진영의 ‘개념 연예인’ 이미지를 구축, 인기 상승의 계기로 삼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김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검은색 배경에 ‘RIP(Rest in Peace·명복을 비는 표현) 地球(지구)’라는 글귀가 적힌 이미지와 함께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는 글을 게재하면서 불거졌다.
김 씨가 해당 글을 올린 뒤 댓글 창에서는 한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여권 성향의 네티즌 성향의 공격을 받다가 여권 정치인이 직접 나서 김 씨를 겨냥하기까지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공개 석상에서 "최근에 어떤 밴드 멤버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후 ‘지옥이 생각난다’고 해 개념 연예인이라고 하는데, 기가 막힐 일"이라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맹비난하며 정치쟁점화되기에 이르렀다.
◇ 연예인 ‘정치적 발언’…"개인의 자유" vs "공인인 만큼 신중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연예인 정치권 발언’에 대한 논란에 대해 연예인에게도 정치적 발언을 할 자유가 있다는 의견과 동시에 자신의 활동 분야가 아닌 깊이 들어간 타 분야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는 "연예인들도 국민으로서 정치적 의사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연예인도 사람이기에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지만 각종 방송 언론을 통해 공인의 자격이 어느 정도 생긴 사람"이라며 "그런 경우에는 정치·사회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인들이 연예인들을 정치적 발언을 상대로 갑론을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보다 문제는 그런 연예인을 타깃으로 삼아서 과도하게 공격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태는 권력을 이용해 대중문화예술인들을 억압하는 ‘갑질’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엄 소장 역시 "연예인들이 신중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그런 (정치적) 발언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갑론을박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며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연예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자유이지만, 공인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을 받는 부분도 감내를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철현 경일대학교 특임교수는 "연예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국민의 권리로서 당연히 할 수 있지만 인플루언서로서 그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미치는 영향들을 생각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찬반이 나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들도 충분히 감내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비판하는 것도 당 대표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연예인들의 정치적인 활동이 오히려 긍정적인 파급력을 줄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이영애 씨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기부를 하고 지지를 하는 행동도 비판을 충분히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본다"며 "이러한 정치적 의사 표현들을 조금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고 거기에 대한 성숙한 토론 문화도 만들어지는 것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연예인 김제동의 경우 평화재단에서 했던 강연 비용 대부분을 기부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고액의 강의료를 받아서 챙기는 것이 아닌, 재능 기부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적 발언을 통해 구설수에 오른 가수 김윤아, 배우 이영애, 배정남, 가수 노사연. 연합뉴스 |
◇ 이영애·배정남 등…정치적 발언으로 구설 휘말린 연예인들
반대로 보수 진영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가 도마 위에 오른 연예인도 있다.
배우 이영애 씨는 지난 12일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5000만원을 기부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께서는 과(過)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이 우뚝 솟아 있게끔 그 초석(礎石)을 단단히 다져놓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 등에선 이씨에 대해 "역사의식이 없다", "산소가 아니라 삼중수소 같은 여자" 등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모델 출신 배우인 배정남도 최근 비슷한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다.
배 씨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출간한 에세이 신간 ‘디케의 눈물’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에 그의 게시글을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배 씨가 정치색을 표현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을 의식한 듯 그는 다음날 자신의 SNS를 통해 "아따 책 잼나네예. 아니 책도 맘대로 못 봅니꺼. 공산당도 아니고 참말로. 좀 볼게예"라고 덧붙이며 조 전 장관의 계정을 태그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개인 SNS에서 누구를 지지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라고 응원했지만, 다른 네티즌은 "책 보는 거야 자유지만 공인이라면 조용히 읽어도 될 것을 굳이 SNS에 홍보할 필요까지 있을지"라고 비판했다.
가수 노사연 자매도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 조문을 갔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매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야권 지지층에서는 노씨 부친의 과거 행적까지 문제 삼았다.
이들은 ‘노씨 자매의 부친인 노양환 상사가 한국전쟁 당시 경남 마산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주장을 온라인 상에서 폈다.
일부 세력으로부터 욕설과 협박이 지속되자 노씨 자매는 지난 4일 법무법인 로펌진화를 통해 "부친은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시 방첩대에서 수사관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마산학살사건에 투입돼 현장 지휘 등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전 행보까지 해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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