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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실질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국제 금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질금리로 해석되는 미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는 지난 21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같은 날 금 현물가격은 0.5% 하락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예상 인플레이션율을 뺀 값으로, 물가상승을 감안한 현재 돈의 가치를 나타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2일 온스당 1945.60달러로 거래를 마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값 시세가 실질금리 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실질금리가 마지막으로 이정도로 높았을 때 금값은 현재 대비 약 절반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금값과 돈의 가치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금은 전형적인 반(反)달러 자산으로, 저금리와 달러 약세 현상이 발생하면 금 수요가 늘어난다. 반대로 달러 강세와 실질금리 상승이 맞물리면 이자를 내지 않는 금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금값이 떨어진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자 투자자들이 이런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금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이나 계산법이 적용되지만, 실질금리·달러와 비교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앤서니 새글림벤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과 달리 현금으로 이자를 낼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금값이 얼마나 잘 버텨왔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금리 환경에서도 금값 하락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 매입과 매도 시기에도 금을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마르코 호스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모델상 현재 금은 약 200달러 더 비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면서도 "향후에는 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란 게 우리의 견해"라고 말했다. 그가 운용하는 3억 4000달러 펀드에는 자산의 약 7%를 여전히 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통상 자산운용사들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금리가 오를 때 금을 팔지만 매도 규모가 예상보다 작았다"며 이에 금값에 프리미엄이 형성된 데 이어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로 프리미엄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 향후 금값 전망도 주목받는다. 블룸버그는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가 지난해 고점을 찍고 하향 추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금값이 취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수량은 103톤으로, 작년 3분기(458톤) 이후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금과 금리간 관계가 더 높아진 가격대에서 재설정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호주 맥쿼리의 마커스 가비는 "금값이 특정 가격대를 깨고 위로 올라갔다"며 "이는 자금 유입으로 주도된 만큼 이러한 훈풍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미국 경제 둔화로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다시 하락할 경우 내년 금값이 온스당 2100달러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금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는 만큼 미국 경제가 둔화하더라도 자금이 크게 유입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스위스 금융사인 픽텟자산운용에서 62억 유로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마르코 피에시모니는 "장기채의 경우 포트폴리오에서 금과 같은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자 또한 나온다"며 "다각화 차원에서 금은 현재 환경에서 그다지 설득력 있는 자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 금에 대한 할당액을 절반으로 줄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