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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나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수사 난타’에 반격을 성공시켰다. 다만 법원이 범죄 혐의 부족 보다는 방어권 보장을 강조하면서 ‘상처뿐인 1승’ 성격이 짙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원은 27일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청구된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검찰은 백현동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김성태(구속기소)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이 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 대표로서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에서 잠정적이나마 ‘판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영장 기각의 의미가 작지 않다.
다만 법원이 이 대표 혐의를 일부 인정한 부분까지 나오면서 ‘논란의 씨앗’은 보다 분명하게 심어졌다.
이날 법원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백현동 의혹에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위증교사 혐의에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도 여러 건이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범죄 소명’ 판단이 이뤄질 공산도 커졌다.
정치적으로도 거듭된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에 따른 ‘방탄 논란’으로 주장 명분이 다소 퇴색됐다.
한편,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는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선을 반년가량 앞둔 2021년 9월 제기된 대장동 의혹이 발단이었다. 이 대표가 민간업자에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준 특혜의 몸통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치열했던 대선 속에 흐지부지되는 듯했던 수사는 정권교체 후 수사팀이 재정비되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과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 등이 입장을 바꿔 이 대표를 꼭짓점으로 지목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월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하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묶어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이 대표는 첫 위기를 넘겼다. 영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없이 자동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3월 이 대표를 4895억원대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업자들에게 211억원대 부당이득을 줬다는 내용의 위례신도시 의혹, 기업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33억원대 후원금을 받았다는 내용의 성남FC 의혹도 포함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지난해 9월 불구속기소됐다.
대장동으로 구속을 받아내지 못한 검찰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의혹과 함께 제기된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더불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2라운드’ 준비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1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관련 사건을 이송받은 뒤 민간업자들을 잇달아 구속한 끝에 이 대표까지 다다랐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는 해외 도피 중이던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올해 초 국내에 송환돼 수사에 협조하면서 급진전했다.
검찰은 지난달 백현동 의혹으로 한 차례, 이달 대북송금 의혹으로 두 차례 이 대표를 소환조사했다. 이 대표는 앞서 대장동·성남FC 사건 수사를 포함해 총 6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소환조사를 전후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 대표는 병원에 실려 간 날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서를 받았다.
이번에는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에도 당내 ‘반란표’가 속출하면서 영장심사 법정에 서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9시간 넘는 심문 끝에 법원으로부터 이날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