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미국 국채금리…"10년물 5% 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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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국 국채수익률이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이 3일(현지시간) 연 4.8%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 또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4.95%를 기록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 또한 5.144%로 소폭 상승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채권 매도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루만에 0.15%포인트 오르는 반면 10년물은 0.13%포인트 올랐다"며 "장기채 매도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날 발표된 노동시장 지표가 연준의 긴축 장기화 기대를 키웠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61만건으로 전월 대비 69만건(7.7%) 증가해 시장 전망치 880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과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정치권발 불확실성도 채권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됐다.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한 같은 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해임안 처리를 주도했다.

여기에 미국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좋게 나온 점도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FT는 전했다.

연준 주요 인사들도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가는 등 연준의 고금리 기조에 힘을 실고 있다. 전날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위원회가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고 당분간 제한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데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도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금리를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서 얼마나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라고 말했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 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ING의 파드라익 가비 이사는 "미국 국채 매도가 지속되는 이유는 거시경제의 탄력성"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채권시장도 금리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날 30년 만기 독일 국채 수익률은 3.211%로 급등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3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5.45%를 기록,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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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일(현지시간) 4.8%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6개월간 미국 국채 수익률 차트.


전문가들은 그러나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조만간 5%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대 헷지펀드 브릿지워터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이날 미국 그리니치에서 열린 ‘그리니치 이코노믹 포럼’에서 "금리가 5%로 오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큰 고통 없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보기 어렵다"며 물가 상승률이 3.5%에 지속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 또한 국채수익률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달리오 창업자는 미 국채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정부는 국채를 많이 팔아야 하는데 양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구매자들은 여러 이유로 매수하려는 경향이 적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M&G의 짐 리비스 펀드매니저는 "미 정부의 재정적자는 7%를 넘어섰는데 경기침체 국면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 이는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가 더 많은 자금을 요구하게 되면 채권 금리는 더 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블룸버그통신은 "트레이더들은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5%까지 오를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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