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상승에 강달러 여파 국내증시 와르르
코스피 -2.41%, 코스닥은 4% 빠지며 800선 위협
증권가 "호재 안보여… 시장 극한의 공포에 지배"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코스피 지수가 2%이상 하락하며 2400선을 턱걸이로 사수했다. 코스닥도 4%가 빠졌다. 이에 양대 시장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63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는 전날 미국 증시가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이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급락하자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도 급격히 이탈했기 때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59.38포인트(-2.41%) 하락한 2405.69로 장을 마쳤다. 개인이 833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045억원, 4673억원을 순매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예외는 없었다. 이날 33.62포인트(-4.00%) 빠진 807.4를 기록 800선 붕괴도 눈앞에 뒀다. 코스닥 지수도 외국인들이 2580억원을 순매도 했고 기관도 524억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개인은 3180억원을 순매수 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46조762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16조299억원이 증발했다. 모두 합치면 62조7923억원에 달한다.
이날 국내 양대 증시가 급락한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르면 미국 국채금리 상승 때문이다. 여기에 강(强)달러 환경이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전날 미국 증시는 노동부가 발표한 8월 JOLTS(구인, 이직)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채용 공고가 증가한 게 이유다. 노동부가 발표한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61만건으로 전월 대비 69만건(7.7%)이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880만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미국 노동시장의 초과 수요가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열중인 물가와 고용률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된 거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후 3시 30분(미 동부시간 기준) 무렵 4.81%까지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전날 뉴욕증시에서 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2% 넘게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또 월가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인 VIX는 16개월 만에 최고치인 20을 상회했다. 여기에 달러인덱스도 0.16%가 뛴 107.08을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9월 수출 경기 개선 및 미국 연방정부 폐쇄 모면 등 긍정적 이슈에도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장기채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주식시장 투자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외국인 수급에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금리를 끌어내릴 만한 호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시장은 현재 극한의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시가 과매도 상태인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도 "오늘처럼 장 중 낙폭을 계속 확대하며 종가 저가 부근에서 마감하게 되는 것은 결국 반등으로의 전환을 만들만한 트리거가 부재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