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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사진=픽사베이) |
5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7812.5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최저점이자 작년 11월 초 이후 약 11개월만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제 구리가격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의 악재들이 난무해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구리는 글로벌 경기에 선행적 특징을 보여 ‘닥터 코퍼’로 불린다.
특히 최근 들어 구리 재고가 급증한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LME에서 구리 재고량은 5일 16만9900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작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7월말 구리 재고가 6만 8000톤대를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재고가 두 달만에 2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구리 재고는 지난 한달에만 60% 넘게 뛰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구리 시장에서는 ‘슈퍼 콘탱고’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원자재 시장에서 현물 가격이 선물 가격을 밑도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요가 위축되고 공급이 과잉되면 현·선물 가격차가 더 벌어지는데 이를 슈퍼 콘탱고라 한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결과, 9월말 기준 LME 거래소에서 구리 현물과 3개월물 가격차가 1994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ING의 이와 맨시 원자재 전략가는 "수요 둔화의 명백한 신호"라며 "중국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구리 가격은 연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례 없는 긴축 정책에 따른 충격파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로존 경제규모 1위 독일 경제는 올해 -0.6%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최근 독일 5대 경제연구소가 공동 발표한 바 있다.
또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미국의 9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8만9000개 증가했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아울러 월드 트레이드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글로벌 무역량이 전년 동기대비 3.2%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했던 2020년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내고 "글로벌 무역은 8월과 9월에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선진국가들이 앞으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품 수요는 앞으로도 지지부진할 것이고 이는 세계 무역에 하방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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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구리 가격과 재고량 추이(사진=한국광해광업공단) |
일각에선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구리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투자노트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구리 수요가 전년 동기대비 8% 늘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시장은 지금까지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구리 등 에너지 전환과 연관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태양광 수요에 힘입어 재생에너지와 연관된 구리 수요가 전년 동기대비 130% 늘었다"며 지난 7월 기준 중국의 친환경 분야 구리 수요는 71% 급증했다고 밝혔다.
S&P 글로벌도 9월 월간 원자재 브리핑 서비스(CBS) 보고서에서 "올해 7월까지 중국에서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전년 동기대비 157.5% 급증했다"며 "8월 중국 소비 또한 지난 7개월보다 더 강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트라피구라는 중국 경제 전반이 회복세를 보일 경우 구리 가격은 향후 12개월 이내 톤당 1만 200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