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T·GC녹십자, 면역질환 치료제 공동개발
HK이노엔·GC셀, 면역항암 세포치료제 '맞손'
삼진·대화, 항혈전제 개발...빅파마와 경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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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본사(왼쪽부터), 동아에스티 본사, HK이노엔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각사 |
제약업계는 기존 ‘유통·판매망 공유’ 전략보다 진일보한 ‘기술 공유’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처럼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 초기단계 연구역량을 구축하는 동시에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와 신약개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석한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와 GC녹십자는 최근 면역질환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만성 염증성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계약에 따라 GC녹십자는 표적 질환에 작용하는 물질을 제작하고, 동아에스티는 이 물질을 세포 및 동물 모델에서 유효성을 평가한다. 두 회사는 도출된 물질의 향후 개발 과정도 협력하며, 도출될 결과의 권리도 공동 소유한다.
앞서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HK이노엔과도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 HK이노엔이 개발 중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저해제에 동아에스티의 단백질 분해 기술을 결합해 EGFR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HK이노엔은 GC녹십자그룹의 세포유전자치료제 전문 계열사 GC셀과도 차세대 세포치료제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선 고형암에 작용하는 면역항암 세포치료제를 공동개발하고,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진제약은 국내외 10여곳의 바이오텍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견 제약사 대화제약과도 신약 공동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진제약의 항혈전제 개발 노하우와 대화제약의 저분자 화합물 개발 기술을 접목해 부작용을 줄인 새로운 항혈전제를 공동개발 중이며, 도출된 신약 후보물질의 지적재산권도 두 회사가 공동으로 소유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전통 제약사간 공동 연구개발은 우리 제약사들이 기존 제네릭(복제약) 또는 해외도입 의약품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약 자체개발을 위한 플랫폼 구축 등 초기단계 연구역량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이는 제한된 연구개발비 내에서 신약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제약업체는 매년 매출의 10% 안팎을 각각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체 R&D 지출 규모도 매년 6~16%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비 총액은 3조1490억원으로, 지난해 연구개발비 지출 글로벌 1위 제약사인 애브비의 550억달러(약 73조원)의 4.3%, 2위인 로슈의 152억달러(약 20조원)의 15.8%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업계 전체의 연구개발비를 다 합쳐도 글로벌 제약사 1개사의 10분의 1 안팎에 불과한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00여년 역사의 우리 제약업계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화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체급’이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하려면 국내 제약업계가 ‘원팀’이 돼야 한다"고 말해 제약업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