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곳곳 무력충돌
美中 갈등 불확실성도 지속
고환율·유가 부담 가중
수요 위축 우려에 ‘내실 다지기’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고심
"사법리스크 족쇄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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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9조원.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부문에서 낸 영업적자 규모다. 3분기까지 포함하면 12조원 가량 손실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경영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실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충돌하며 ‘제5차 중동전쟁’ 발발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계속되는데 주요국들은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환율·유가가 요동치고 고물가에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진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난제도 풀어야 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 같은 ‘복합위기’ 탓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영 관련 결단을 좀처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조원을 쏟아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인수합병(M&A) 시계는 멈춰섰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2년여간 윤곽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 이 회장 경영 복귀 이후 사실상 유일한 ‘통큰 투자’ 결정이다.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설 타이밍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복합위기 국면 시장 판도를 예측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은 세계 경제 움직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반도체처럼 경기 민감도가 높은 업종을 주력으로 삼고 스마트폰, 가전 등 B2C 사업 규모도 크다. 앞날에 대비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결단’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1983년 2월 ‘도쿄선언’은 오늘날 글로벌 삼성을 만든 시발점이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삼성이 위기 속에서 결단을 내려 ‘제2의 반도체’, ‘제3의 바이오’ 신화를 써내려가길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위해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 리스크 탓에 미래전략실을 해체했었지만 ‘글로벌 삼성’ 규모에 걸맞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통합조직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최근 관료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입에 나서 ‘미전실 부활’의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 역시도 이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능력 있는 인재를 교차 인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경영 활동이다. 이 회장은 이미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고용, 세금, 사회공헌 등 다방면에서 제역할을 하며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 사랑받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 탓에 해외 출장 일정을 잡기 힘들어하는 등 경영 관련 ‘결단’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사법리스크 족쇄를 풀고 컨트롤타워를 재정립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