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본격 비극 ‘지상전’ 우려…팔 정부는 안 보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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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 공습을 받은 가자 지구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교전이 엿새째 격화하는 가운데 양측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200~1300명, 부상자는 2700명 수준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도 이날까지 이스라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1200명까지 늘어났으며 부상자는 5600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에는 민간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측 교전이 계속되면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대상으로 한 공습을 점차 강화하고 있고 이스라엘 남부와 중부 등을 겨냥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만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까지 시작되면 인명 피해는 본격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지상전은 압도적인 공군력과 기갑 전력, 고도의 시가전 훈련 경험까지 지닌 이스라엘 병력에 맞서 하마스가 지하터널 망 중심 게릴라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의 터널 망 길이는 300마일(약 483㎢)에 달하며, 깊이도 최대 약 40m에 달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 망이 가자지구 내 온갖 장소와 건물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는 데다 수많은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어 사전 정보 없이 접근하면 병력 피해가 불가피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하마스가 가공할 양의 로켓 무기도 축적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하마스가 납치한 100명 이상의 인질을 터널에 가둬놨을 가능성도 크다.

반대로 하마스는 가자지구 주변에 집결한 30만명의 병력을 뚫어낼 방도가 마땅치 않다.

이스라엘군은 우선 하마스에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공군력으로 신속하게 지정된 표적을 타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포병을 통해 시가지에 길을 뚫고 기갑 전력을 선두로 한 지상군 병력이 이를 지나가는 작전을 벌일 전망이다.

이런 시가전은 모든 전투 방식 중 가장 치열하고 인명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완전 근절’을 목표로 내세움에 따라 충돌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양측의 인명 희생이 얼마나 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시가전 전문가인 존 스펜서 미 퇴역 소령은 가자지구 지상전에 "시가전의 성질을 바꿀 수는 없다. 부수적 피해가 많을 것"이라며 "매우 유혈이 낭자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렇게 전쟁이 격화할 수록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올해 87세인 마무드 아바스 수반의 영향력은 더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바스는 팔레스타인 여러 정당·세력의 다자 조직인 PLO와 그 최대 분파인 파타당의 수장으로, 4년 임기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18년째 맡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습으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이후로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영향력은 요르단강 서안에 머물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해 무력 대응을 이어온 하마스와 달리 평화적 해법을 추구하는 만큼 서방의 인정은 받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순종적이고 이스라엘에는 무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이스라엘 공습과 봉쇄로 가자지구 희생자가 늘자 서안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 여론도 커지고 있다.

하산 카팁 전 팔레스타인 기획부 장관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하마스에 정치적 비중을 실어주는 동시에 파타의 정치적 무게와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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