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암 진행 5단계와 조기 진단의 중요성
단순위염서 위암 발전까지 10~15년 걸려
최근 발생률 저하로 젊은층 정기검진 외면
30·40대 증상 없어도 1~2년마다 검사 권고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받을수록 예방 효과
▲위 내시경은 위 속의 변변을 판별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검사이다. 이형성증이나 조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으로 절제해 완치가 가능하다. 사진은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신철민 교수가 위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분당서울대병원 |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정기 건강검진이나 진료를 통해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사람 중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화생성 위염) 진단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 전문의들은 "위축성 위염은 위암의 출발점이며, 장상피화생은 위암으로 가는 분수령에 해당한다"고 경고한다.
위암의 주요 진행 과정은 ‘표재성 위염(단순 위염)→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이형성증→조기 위암’ 5단계다. 보통 10∼15년이 걸린다.
국가암 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위암 발생률은 최근 10년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전반적인 사회경제 수준 향상으로 위생상태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제균치료 등을 통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헬리코박터) 유병률 감소에 의한 것으로 학계는 분석한다.
위암은 크게 △장형 위암 △미만성 위암으로 나뉜다. 장형 위암은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는 있으나 대개 노령층에서 더 흔하다.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부분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하지만 미만성 위암은 진행이 빠르고, 위 점막에 보이는 병변보다 점막하층이나 근육층에서 넓게 미만성으로 침윤하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위내시경을 하더라도 조기 진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신철민 교수는 "젊은 층에서 발병하는 위암은 빨리 진행하고, 예후(병의 경과 및 결과)가 좋지 않은 미만형 위암이 많고 조기 진단을 하기 어렵고 사망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젊은층 위암의 문제점은 40세 미만의 경우, 직장인 검진을 제외하면 정기검진, 특히 위내시경을 일반적으로 잘 하지 않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 "젊은층 위암, 조기진단 어렵고 진행도 빨라 사망 위험 높다"
위 점막세포는 헬리코박터 감염, 고염식과 탄 음식, 조리 후 오래된 음식, 포장된 육류제품, 훈제육 등 질산염이 많이 함유된 음식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위염이 잘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오래 반복되면 위축성 위염으로 계속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위축성 위염을 가진 사람들은 내시경을 해보면 위 점막이 장세포처럼 바뀌는 상태(장상피화생)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표재성 위염은 위내시경 검사상 위 표면에 불규칙하게 발적(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이 있거나 손톱으로 긁은 듯한 붉은 줄이 빗살모양으로 나있는 경우다.
위축성 위염은 위 내벽을 싸고 있는 점막층이 위축(구겨지고 쭈글쭈글해짐)된 것을 말하는데, 위의 염증이 오래 지속되어 혈관이 보일 정도로 위점막이 얇아진 것이 원인이다.
위벽 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위산 분비량이 줄면서 위장 내부의 산성도가 감소한다. 위산에 강한 위상피세포가 위산이 없는 소장이나 대장 점막을 구성하는 장상피세포로 변하게 된다(장상피화생). 위점막에 무수한 융기를 볼 수 있으며, 위벽이 붉지 않고 회백색의 색조를 띈다.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있는 경우 위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상피회생은 성인들의 20~30%에서 발견될 정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30대 11.3%, 40대 31.3%로 연령 증가에 따라 계속 높아지다가 70대는 50%에서 발견될 만큼 흔하다. 장생피화생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경우보다 위암발생률이 10.9배나 높다는 논문이 있다.
장상피화생 단계를 벗어나면 이형성이 된다. 정상적인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암세포 형태를 닮아가는 과정으로, 거의 암에 가까운 병변이다. 위선종이라고도 한다. 이형성증이 발견되면 적극적인 조직검사를 통해 등급 및 암세포 동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속쓰림·소화불량 등 ‘복부 불편감’ 있다면 위내시경 검사부터
위염 증상은 명치 부근의 통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구토로 매우 다양하지만, 만성 위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증상을 전혀 겪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위장 점막에는 감각신경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심한 염증이 생겨도 직접적인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내시경 검사는 속쓰림·소화불량과 같은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받아야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30·40대 이후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위암 예방 및 조기 발견의 지름길이다.
특히, 위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 40세 이상은 1~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고 균을 없애는 것이 좋다. 이형성으로 진단되면 조기 위암에 준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벽은 점막·점막 하층·근육층·장막층 등 4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위암은 암세포가 조직에 얼마만큼 깊이 침범했느냐에 따라 병기가 판정된다. 조기 위암은 종양이 점막이나 점막 하층까지만 침범한 경우에 해당한다. 점막 부위까지만 자리 잡은 암은 림프선 등 다른 경로로 전이될 위험이 거의 없다.
이형성증이 진전하면 위점막에서 암이 발생하는 조기 위암이 된다. 점막층과 점막하층의 얕은 구역내에 머물러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위점막 깊은 곳으로 침범하고 위벽을 넘어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도 한다. 이형성증 이후부터는 병변을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하기도 한다.
◇위암 주원인 헬리코박터, 가능하면 젊은 20∼30대 제균치료 바람직
위염에서 암으로 진행하는 동안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 따라서,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위에 생긴 병변의 악화 상황을 진단하고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만성위염 단계에서 국내에서는 헬리코박터에 대해 특별히 치료를 권유하지 않는다. 건강보험으로 세균에 대해 검사하거나 치료를 하는 것을 인정치 않는다.
대신에 헬리코박터 감염이 원인인 소화궤양, 조기 위암, 위의 림프종이 있다면 반드시 치료하도록 권고한다. 치료 방법은 위산분비억제제와 두 가지 이상의 항생제로 구성된 치료 약을 1~2주일 복용하는 것이다. 또한, 약 복용 후 1~2개월 뒤에 제균이 잘 되었는지 꼭 확인해야 질병을 완치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는 위암 발생의 주원인이 되므로 젊은 시기에 제균 치료를 받을수록 위암 예방 효과가 높다"면서 "이미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이 발생했다면 ‘제균을 하더라도 위암 발병의 감소 효과는 있으나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20대, 30대에 제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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