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각보다 안 팔리네"…하이브리드 부활 신호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6 11:07
전기차

▲충전 중인 전기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전기자동차의 인기가 갈수록 식어가고 있다. 얼리어답터들이 전기차 구매를 이미 마친 상황에서 일반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것이 전반적인 시장 둔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업체들은 시장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51% 증가했다. 그러나 판매 속도는 작년에 비해 둔화되고 있어 전기차 재고가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데이터 분석업체 JP파워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몇 개월 동안 전기차 판매 비중은 약 9% 수준이 유지됐다"며 "전기차에 대한 구매자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얕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얼리어답터들이 전기차를 이미 모두 구매한 상황인만큼 자동차 업체들이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득하는 단계로 넘어왔다고 관측한다. 그러나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비싼데 이어 주행거리 불안으로 충전을 자주 해야 하는 불편함 등이 시장 확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평균 가격은 5만 683달러로, 작년 9월(6만 5000달러)에 비해 대폭 낮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에 4만 달러대 이하를 지불하는 것에 익숙한 만큼 전기차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도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주요 딜러사 중 하나인 갈핀 모터스의 뷰 보엑만 회장은 "얼리어답터들이 그랬던 것과 같은 속도로 대중이 전기차를 채택할 것이란 약간의 낙관적인 생각이 있었다"며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사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재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 리서치업체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포드가 보유한 머스탱 마하-E 전기차 재고는 3.5개월치로 기록해 업계 평균치를 더 배 넘게 웃돌았다.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등도 지난달 전기차 재고가 전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정용 충전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설치비를 할인해 약 1100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내는 프로모션을 최근 시작했다. 현대차는 또 리스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들을 계속 끌어들일 계획이다. 현대차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랜디 파커는 "우리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차, 폭브바겐 등도 이런 성장 둔화세가 단기적이라며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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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사진=로이터/연합)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두드러지는 하이브리드 차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8% 급등했다. ‘전기차 열풍’의 여파로 지난해 1월∼9월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2021년 동기대비 6% 감소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서치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이 올해 20% 증가하고 향후 5년간 71% 이상 뛸 것으로 예측하고 북미와 아시아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북미 사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크라이스트는 "최대한 많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지난달 도요타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재고는 1주치를 소폭 웃돌은 반면 최초 순수 전기차인 bZ4X 재고는 2개월치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는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낮추는 동시에 하이브리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드는 연간 전기차 60만대 생산 목표를 올 연말에서 내년까지로 연장하고, 2026년까지 연간 전기차 200만대 생산 목표는 폐기한 상태다. WSJ는 또 "포드가 공장을 F-150 라이트닝 전기차 생산시설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취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포드는 약 3년 전 출시한 F-150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고 가격을 1900달러 내렸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기차 계획을 줄여 향후 5년에 걸쳐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4배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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