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관련 투자 2000억원 이상 집행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밀월관계
카카오 엔터가 1조 밸류 인정한 아크미디어 … 밸류 신뢰도 의구심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카카오 투자의 키맨인 배재현 공동체투자총괄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이면서 자연스레 그간의 카카오 투자 과정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카카오와 투자 인연을 이어오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놓이며 이러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3일 금감원에 따르면 특사경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당시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엔터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을 매입하고 하이브의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다.
배 대표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구속될 위기에 놓인다는 것은 카카오 입장에서는 상당한 악재다. 그가 카카오를 통해 투자한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해 의심을 사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카카오 빅딜팀장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 CIO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 등 카카오 그룹의 굵직한 M&A를 맡았던 키맨이다.
이밖에도 배 대표 주변에 인물들에 대한 사법리스크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는 누구?
이번 공개매수 방해 과정에서 소환 조사를 받는 또 다른 인물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다.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사모펀드가 결성한 펀드의 특수목적회사(SPC)인 헬리오스1호 유한회사가 하이브가 SM 인수를 위해 공개매수할 당시 SM주식을 대량매입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 대표는 아크미디어의 회장 역할도 함께 맡고 있는데 아크미디어는 카카오엔터가 1조 밸류를 인정해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유니콘 회사로 등극한 곳이다. 지 대표는 과거 청호컴넷의 회장을 지냈으며 그의 부친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소속으로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대섭 전 의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한 사업가이자 자본가로 볼 수 있지만 시장의 루머에 얽히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난주 생을 달리한 김용호 연예부장은 지 대표가 2013년 여자 연예인과 동반으로 마카오 불법 도박을 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청호컴넷은 접대비로 주목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2014년 재벌닷컴에 따르면 그가 회장 있던 당시 청호컴넷의 접대비는 국내 15위를 기록했다. 코스닥 기업이지만 접대비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비견될 정도였다. 당시 14위는 롯데쇼핑으로 2013년 별도 기준 27억 6090만원의 접대비를 썼다. 청호컴넷 역시 대동소이한 27억 2821만원을 접대비로 썼는데 당시 청호컴넷의 임직원수는 114명으로 롯데쇼핑의 2만6943명과 비교할 때 0.4% 수준에 불과하다. 청호컴넷 직원 4명이 쓴 접대비와 롯데쇼핑 직원 1000명이 쓴 접대비가 같다는 의미다.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오랜 기간 투자를 하고 투자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아크미디어에 지난해 말까지 350억원을 투자했다. 반대로 투자를 받은 금액도 상당하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바이올렛 제1호 △그레이 제1호 △하바나 제1호를 통해 각각 △카카오VX △그레이고 △SM엔터테인먼트에 지분을 투자했다. 200억원 규모다. 원아시아브이엘 제1호가 갖고 있는 바른손이엔에이가 전환사채(CB)로 영화제작에 투자한 것을 고려한다면 규모는 23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카카오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신뢰 의구심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 간의 투자는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올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아크미디어에 투자를 했다. 당시 아크미디어는 "당사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을 일컫는 국내 현존 유니콘 기업 가운데 설립 후 가장 빠르게 유니콘에 진입한 기업으로 기록됐다"고 자평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유니콘 기업 기록이지만 양 사의 밀월 관계로 인해 그 가치가 희석될 개연성이 불거지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공개시장에서 거래된다고 보기 어렵기에 객관적인 가치라 보기 어렵고, 일부 전문가들이 평가한 가치가 그대로 기업가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 그룹의 투자라는 점이 의구심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통상적인 관점에서 카카오 그룹의 투자는 국내 대표적 플랫폼사의 투자이기에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신뢰도가 높다. 하지만 카카오 그룹 투자 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가 동일 사안으로 사법리스크가 노출 됐고, 오랜 기간 투자를 주고받은 관계 속에서 진행된 밸류에이션이라면 신뢰도에 물음표가 갈 수밖에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카카오엔터가 아크미디어에 보답성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했다면 심각한 일이다"라면서 "다만 카카오 투자 수장과 아크미디어 회장이 나란히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기에 밸류에이션 역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