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민 눈높이’ 층간소음 정책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7 07:56

이현주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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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시비’로 이웃을 폭행해 숨지게 한 전 씨름선수 A씨가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월 20일 평소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윗집 주민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가 자기 뺨을 때리자 격분해 50분간 총 160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폭발해 강력범죄로 이어진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층간소음을 이유로 이웃집에 불을 지르려 한 6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면서 층간소음 문제는 더욱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약 4만393건으로 지난 2018년 2만8331건 대비 약 1.4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정부도 층간소음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이미 지어진 기존주택은 매트 등으로 층간소음 성능 보강을 지원하고, 앞으로 지을 주택에 대해서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층간소음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층간소음 매트는 경기도에 1건(230만원)만 지원됐다. 올해 예산은 150억원이 편성됐으나 사실상 전무한 것이나 다름없다.

층간소음은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 역시 지나치게 엄격하다. 지난 1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 및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직접 충격소음 1분 등가소음도’는 주간(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9dB(데시벨), 야간(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34dB로 종전보다 각각 4dB씩 낮아졌지만, 여전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서 실내 소음 기준은 1분 등가소음도의 경우 주간 35dB과 야간 30dB이다.

또한, 현행법상 층간소음 처벌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죄로 10만원 이하 벌금에 그쳐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매년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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