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복합위기’ 국면
삼성·SK·현대차·LG 등 고심
CEO들 유임 가능성 무게
총수 승계 작업 등 변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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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무력충돌.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화해와 대결 국면이 반복되고 있는 미국-중국 갈등.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는 유럽연합(EU).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 요동치는 유가·환율.
전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경영 관련 변수들이다. ‘복합위기’ 국면이 계속되자 인사시즌을 앞둔 재계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위한 ‘혁신’ 의지가 상당하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통상 12월 초 계열사 인사를 단행한다. 오는 27일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을 전후로 내부적으로 인사 관련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여 예년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 부문장(사장)의 ‘투톱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대신 연구개발(R&D)이나 신사업 분야에서 깜짝 발탁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첫 여성 사장’을 배출하는 등 변화를 위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SK그룹도 조직 안정과 혁신 사이에서 막판까지 고민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여는 만큼 현지에서 다양한 인사 관련 평가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물꼬를 튼 ‘세대 교체’ 작업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등 주력사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조기 인사에 대한 가능성도 재계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예년처럼 12월 중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030 엑스포 유치 지역은 다음달 28일 최종 선정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룹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아 현대차·기아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지만 신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주도적으로 전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분야에 관심을 쏟는 만큼 이와 연계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관심사는 해외 사업장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인도 등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2017년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자사 공장에서 현지 브랜드 차량을 생산하기로 하는 등 전략을 수정해나가고 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주재하는 하반기 사업보고회가 끝나면 다음달 말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LG는 구 회장 취임 이후 과감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면서도 인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에 방점을 찍어왔다. 작년에도 부회장단 4명 중 3명이 유임됐다.
LG그룹 주력사 LG전자가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신성장 동력인 LG에너지솔루션 등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화학, 디스플레이, 전기 등 분야에는 글로벌 업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고민이 있다. 이 때문에 능력 있는 인물을 발탁해 주요 사업부문에 순환배치할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철강 이미지를 벗어내고 있는 포스코그룹도 연말 인사에서 상당 수준 혁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인적쇄신 차원에서 상당한 폭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어디로 갈지도 관심사다. CJ그룹도 총수의 경영 승계 관점에서 연말인사에서 과감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HD현대그룹도 정기선 사장 승진 1주년을 맞아 신사업 분야에서 ‘깜짝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순살자이’, ‘잼버리 파행’ 등 각종 악재에 휩싸였던 GS그룹에서는 대대적인 인력 물갈이가 예상된다. 한진그룹과 신세계그룹은 혁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그룹은 이달 초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요 계열사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1980년생 임원이 대거 발탁되는 등 미래 사업 강화를 위한 결단이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한화오션도 출범 후 첫 인사를 통해 연구개발(R&D), 설계 등에 힘을 실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 상당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유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