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난관 부딪힌 '대구은행'...계좌 부당 개설에 '발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7 16:19

대구은행 시중은행 신청 예정보다 미뤄져

앞서 1662건 증권계좌 부당 개설 적발



내부통제 미비, 조직적 사고…기관제재 나올까

국감서도 질타…당국수장 "심사과정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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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 제1본점.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증권계좌 부당 개설 사실이 드러나며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대구은행은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인가 신청 시일이 미뤄지며 연내 인가 가능 여부도 불투명졌다는 예상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대구은행은 9월께 인가 신청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계획보다 시일이 미뤄지면서 10월 이후에 신청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을 깨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중 하나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재탄생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하고 31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등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은행에서 증권계좌 부당 개설 사실이 적발되면서 시중은행 전환이 난관에 부딪혔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대구은행의 56개 영업점에서 114명의 직원이 2021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약 2년 동안 고객 1552명을 대상으로 1662건의 증권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대구은행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증권계좌 실적을 영업점 KPI(핵심성과지표)와 개인 실적에 반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직원들은 고객들의 증권계좌개설 신청서 사본을 만들어 다른 증권 계좌를 신설하는 데 이용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또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사본의 증권사 이름이나 계좌 종류를 수정테이프로 수정하는 등 재활용을 하고, 고객 연락처를 허위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을 안내 받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에 위법·부당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고, 전산통제나 사후점검 기준도 미비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고 발생과 관련한 임직원에 대한 책임은 물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 데도 대구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조치도 취하겠다고 했다.

직원 개인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사고가 벌어진 만큼 기관 제재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기관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다면 신사업 진출 제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법에 명시된 은행업의 인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자본금 1000억원 이상, 적정한 자금 조달 방법, 대주주의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와 사회적 신용,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이 해당된다. 세부요건에는 적절한 내부통제장치와 은행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업무방법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명시돼 있다.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순조롭게 진행할 경우 졸속으로 심사가 이뤄졌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금융당국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도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정무위 의원들은 대구은행의 부당 행위를 문제 삼으며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지를 추궁했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를 법에 따라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면 법에서 정해진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본다"며 "이번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구은행 내부통제 체계가 지방은행에서 더 나아가 시중은행으로서 책임을 질 정도까지 되는 지 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DGB금융지주 회장 관련 비리 혐의가 있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되는데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한지 묻는 질의에는 "주로 대구은행 내부 문제점으로 보고 있고 추가적으로 법리 검토를 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책임 관계도 보겠다"며 "근본적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으면 지방은행조차도 될 수 없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이번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된 내부통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보완을 마쳤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금융위 주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가를 받기까지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향후 심사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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