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개선 건의
"4차산업혁명 시대, 우리나라만 규제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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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체제 전환집단(그룹) 수 변동 추이 |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발표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개선 건의서’를 통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구조조정과 소유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1999년 허용된 지주회사 제도가 20여년이 지나면서 우리 기업들의 대표적인 소유지배구조로 자리잡았다"며 "산업과 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 시대를 맞고 있는 현재 낡고 과도한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회사 체제 기업의 첨단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기회를 가로막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와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공시대상기업집단 81개 중 약 39개가 지주회사 전환집단이다. 절반(48.2%)에 가까운 그룹이 소유지배구조로서 지주회사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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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수 변동 추이 |
지난 1986년 기업집단 규제가 도입되면서 지주회사 설립이 전면 금지됐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국내 경제계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기업의 소유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이후 2000년 1월 봉제완구도매업 중견기업인 조선무역(주)이 정보·통신분야로 주력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케이블방송사 9개를 인수한 후 회사분할을 통해 국내 1호 지주회사인 C&M커뮤니케이션(現 딜라이브)을 설립했다. 이후 20여년 동안 지주회사 수가 급증해 2003년 19개에서 작년 168개로 9배 증가했다.
지주회사 활용도는 대기업집단보다 중소·중견기업집단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168개 지주회사 중 대기업집단 소속은 48개로 28.6%에 불과한 반면 중견·중소기업집단 소속은 120개로 71.4%에 달했다. 또 168개 중 일반지주회사가 158개(94.0%), 금융지주회사 10개(6.0%)로 일반지주회사로서의 활용도가 더 높았다.
대한상의는 지주회사 체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소유지배구조로 자리잡았지만, 국내 기업들만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먼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짚었다. 4차산업혁명기 치열한 기술경쟁 및 신산업 선점에 있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주회사가 금융·보험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제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제도는 1999년 지주회사를 허용하면서 기업 부실위험 전이를 차단하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일률규제 △과잉규제 △비(非)지주회사와 차별 등 3가지 한계가 있다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우선 금융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대한상의는 봤다. 공정거래법은 통계 목적의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업 및 보험업’을 그대로 금산분리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지주회사는 은행, 보험 등 수신기능 금융업뿐만 아니라 규제 필요성이 의문시되는 신탁업, 집합투자업, 여신금융업, 여타 금융서비스업 등 여신기능 금융업도 영위할 수 없다.
이 같은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동떨어져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관련 규제가 없고 미국은 은행 소유만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든 금융업을 금지하는 광범위한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과잉규제라는 의견도 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에 대해 부채비율, 출자단계, 최소지분율 등 규제를 통해 지배력 확장을 차단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은 금융 계열사의 위기가 다른 계열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매년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 및 사전관리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제는 중복·과잉규제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기업집단과의 차별 문제도 논란이다. 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모든 금융사 소유가 금지되는 반면 비지주회사 체제 그룹은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집합투자업 등을 보유할 수 있다. 올해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된 7개 그룹의 경우 국내에 117개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4차산업혁명, 탄소중립 등 산업구조 격변기를 맞아 미래기술·산업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변화를 고려해 한국에만 유일한 지주회사 금산분리 규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의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시각을 감안해 은행 등 수신기능 금융업은 금산분리 규제를 유지하되, 대기업의 지배력 확장이나 부실전이 가능성이 없는 집합투자업 등 여신기능 금융업에 대해서는 금산분리 규제를 배제할 것을 주문했다. 지나치게 경직적인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지주회사도 비지주회사와 동일하게 비은행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20여년에 걸친 경제계와 정부의 노력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에서 단순투명한 지주회사 체제로 기업소유구조가 정착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며 "지주회사만 비은행 금융사 보유를 금지하는 것은 한국에만 있는 과잉규제로 국내기업에 불리한 족쇄인 만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