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도 국제유가 안 오른다?…투자자들은 "원유 팔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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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원유시추기(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감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약 10년만 가장 빠른 속도로 원유 포지션을 매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헷지펀드를 포함한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10일까지 1주일 동안 1억 4000만 배럴에 해당하는 6대 유종에 대한 선물 및 옵션 계약을 순매도했다. 2013년 3월 이후 가장 큰 거래 규모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기조가 더 이상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또 순매도된 1억 4000만 배럴 중 1억 2200만 배럴은 유가 상승을 의미하는 롱포지션이 청산되면서 매도됐고 나머지 1800만 배럴은 공매도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자들이 유가가 앞으로 더 오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반영하듯, 유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 또한 투자자들 사이에 힘이 빠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가 상승을 의미하는 롱포지션 대비 숏포지션(유가 하락 베팅)의 비율이 지난 9월 19일 6.02:1로 집계됐는데 현재는 3.86:1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자들은 또한 최근 3주 동안 1억 9700만 배럴에 해당하는 원유 포지션을 순매도했다. 이들은 6월 말부터 12주 동안 3억 9800만 배럴어치 사들였는데 3주 만에 절반 가량을 팔아치운 셈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잘 버티고 있지만 유럽의 경우 독일을 중심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또한 서서히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회복 동력이 여전히 약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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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간 WTI 가격 추이(사진=네이버 금융)

이런 상황에서 유가가 더 오르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해 원유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내년 세계 경제 생산이 0.15% 줄고 인플레이션은 0.4%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과 관련해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이란의 참전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란 참전이 현실화하면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유가가 폭등하면 깊은 침체가 확실시되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이 수요 둔화 가능성 등을 반영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전했다. 기타 고피너스 IMF 부총재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방송에 출연해 "부채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증가한 동시에 우리는 고금리 환경에 있다"며 "우리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과 같은 배럴당 86.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 가격은 25센트(0.3%) 오른 배럴당 89.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과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 등을 주시하고 있다.

유가는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조만간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하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 거래일 1% 이상 하락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여당과 야당 대표단이 전날 내년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정·민주 선거 보장’을 위한 선거 조건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공정 선거가 보장되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원유 수출 제재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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