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택한 하나금융지주, KDB생명 인수 발뺀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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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그룹의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중장기적 시너지, 자본비율 관리 등을 두루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산업은행에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하나금융과의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 하나금융 측은 "KDB생명은 당 지주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아 인수를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KDB생명 매각 절차가 중단된 것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이 선정된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마감된 KDB생명 매각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나금융은 당초 KDB생명 인수로 그룹 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KDB생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던 중 가격적 요소, 주주가치 제고, 그룹 내 보험계열사와 시너지 창출 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은 3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율이 경과조치 전 47.7%, 경과조치 후 101.7%로 당국 권고치(150%)를 큰 폭으로 하회한다.

특히나 하나금융이 KDB생명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억원의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데, 인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요소가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중장기적 시너지, 자본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양재혁 하나금융그룹 그룹전략총괄(CSO)은 지난 7월 말 하나금융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KDB생명 인수 건과 관련해 "대규모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과 같은 시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 후에도 자본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왔다.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6월 말 기준 12.80%로 1년 전(13.18%) 보다 하락했다. 바젤3 도입, 기업대출 자산 증대에 따른 신용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환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는 보통주자본비율을 13~13.5% 수준에서 관리하고, 13.5%를 초과하면 초과 자본을 주주들에게 환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KDB생명을 인수하면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하나금융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하나금융 사례까지 포함해 총 다섯 번째 매각 시도가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까지 발을 빼면서 KDB생명을 매각하는 것은 험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 측은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향후 처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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