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포기가 곧 호재"...보험사 '모의고사' 치른 하나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9 15:53

금융지주 M&A 긍정적 측면, 하나금융은 반대 시각

하나손보도 멀었는데...KDB생명 가시적 성과 회의적



보험업 선구안 향상 '최적의 매물' 물색 발판

중장기 기업가치제고 의지, 비은행 숙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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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전에서 결국 발을 빼기로 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금융지주사의 인수합병(M&A)은 그룹의 위상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되지만, 하나금융에는 이와 상반된 시각들이 나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얻은 선구안을 토대로 현재 나와 있는 보험사 매물에 대해서도 보다 합리적인 시각과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KDB생명 실사는 하나금융이 더욱 적합한 보험사 매물을 찾기 위한 ‘모의고사’와 같다는 진단이다.


◇ 보험사 M&A 선택지 좁히기...'최적의 선택' 발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7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약 3개월 만에 결국 철회 결정을 내린 것은 그룹의 자본부담과 경영정상화 노력 및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잃을 것이 많다고 판단한 행보로 해석된다. 다른 금융사들조차 난색을 표하는 KDB생명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하나생명과 PMI(인수합병 후 통합) 과정을 거친 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미 2020년 인수한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KDB생명을 인수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KDB생명을 인수하면 이중레버리지비율 등 각종 규제비율을 준수하는 것이 쉽지 않고, 향후 더 우량한 보험사를 인수하는 선택지를 하나금융 스스로 포기하는 쪽으로 귀결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투자업계(IB) 안팎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실사는 현재 매물로 나온, 나아가 향후 매물로 나올 보험사에 대한 선택지를 좁히면서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KDB생명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생명보험시장 규모, 성장성, 생보업 경쟁 구도는 물론 종신보험, 장기보험, 건강보험 등 세부 사업에 대한 득실을 따지면서 업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리고, 적절한 매물을 찾는 ‘선구안’이 올라갔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외부에 공표되는 통계수치를 들여다보는 것과 데이터룸이 열려 특정 회사의 디테일한 수치를 보며 실사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이번 실사는 향후 생보사 M&A를 결정할 때 어떤 요소들을 짚어봐야 하는지 경험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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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보험.


◇ 산은 '낮은자세 전략' 실패...하나금융 '비은행' 고민 계속


반대로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구주 매각가를 낮추고, 추가 증자를 단행한 것이 오히려 KDB생명에 대한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상당하다. KDB생명 실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협상 주도권을 하나금융에 빼앗기는 한편 KDB생명의 향후 성장 기회, 사업적인 매력도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금융의 비은행부분 기여도가 6월 말 현재 14.4%까지 하락한 가운데 비은행 강화에 대한 열쇠를 풀지 못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번 인수 불발로 하나금융은 추가 비은행 계열사를 인수하기 전까지 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계속해서 유지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룹이 오직 비은행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KDB생명을 인수했을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본인의 단기적인 성과 창출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올 상반기 하나은행을 리딩은행 반열로 끌어올렸다는 기존 성과마저 퇴색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 포기는 하나금융에게 큰 호재"라며 "엄한 회사를 인수하는데 자본을 투입하는 것보다 해당 자본으로 주주환원을 하거나 동양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시장에 나온 보험사 매물이 많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굳이 무리해서 보험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굴지의 금융그룹인 하나금융마저 인수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면 KDB생명은 새 주인을 찾기보다 산업은행이 계속 안고 가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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