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다음주 중대 기로…'화물 매각'이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4 15:00

오는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개최해 '화물 사업 매각' 여부 결정



노조 '고용유지' 우려…대한항공, 결합 성사 시 고용유지·처우개선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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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들이 인천국제공항에 계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지난 3년간 이어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다음주 중대 기로를 맞는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 부문 매각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화물 매각이 이뤄지면 기업 결합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합병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실패할 경우 양사 합병은 또 다시 미궁에 빠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양사가 합병했을 경우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화물노선에서 경쟁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EU 집행위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라는 시정안을 요구했다. 양사의 인수·통합 절차에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이 남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양사 합병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사업 매각 여부는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6명 중 4명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당장 내부 반발부터 만만찮은 상황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와 산하 단체인 아시아나항공 노조(일반노조)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과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국익이나 국민의 편의,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합병의 목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 해체"라고 말했다.

노조는 대한항공이 EU와 미국 등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화물 사업부를 분리매각 하는 방식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와 인력을 줄이고 공항 이착륙 횟수인 ‘슬롯’을 해외 항공사에 넘길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해 이렇게 많은 항공기를 줄이고, 노선과 슬롯을 반납하면서 말뿐인 고용 유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화물사업은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알짜사업’인 만큼 떼어내기 힘든 부분이다. 다만 EU 심사 문턱을 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게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물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화물운송으로 74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흑자를 냈지만 영업이익의 60%는 부채를 갚는 데 썼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12조원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 비율은 1741%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내부 우려를 의식해 결합이 성사되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인수하는 측이 고용 유지와 처우 개선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결국 기업 결합의 향배는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이 쥐게 됐다. 매각 결정이 날 경우 남은 심사 과정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이사회에서 매각안이 통과되면 해당 내용을 EU 집행위에 이달 말까지 곧바로 제출할 계획이다.


kji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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