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혁신 주도하며 기술 확보 주력
글로벌 ‘현장 경영’ 박차
현대차와 협력 등 동맹 강화
지배구조 개편·사법리스크 해소 등 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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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이 신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동맹 영토를 넓히며 ‘초격차’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반도체 위기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협력사와 상생하고 적극적인 현장 경영을 펼치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개편, 사법리스크 해소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 회장은 승진 이후 첫 행보는 협력회사 방문이었다. 바로 다음날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를 찾아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에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동행 철학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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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작년 10월28일 취임 후 첫 공식행보로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협력회사 ‘디케이’를 방문했다. |
이 회장은 ‘동행’ 외에 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도 꾸준히 내비쳤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주요 사업장을 직접 챙기며 사업 전략을 점검하는 등 미래 준비에 힘을 쏟았다.
지난 2월에는 삼성전자 천안과 온양 사업장을 찾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경쟁력 등을 직접 살폈다. 3월에는 화성캠퍼스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는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삼성SDI 수원 사업장에서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을 점검하며 초격차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삼성은 대규모 투자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분기마다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95% 급감했지만 R&D 투자는 오히려 15.2% 늘었다. 시설 투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별도로 향후 20년간 총 300조원을 들여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쏟는다.
이 회장 체제에서 ‘동맹군’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삼성SDI는 최근 현대차에 전기차 각형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창업회장 시절 사실상 단절됐던 양사간 관계를 이 회장 시대에 회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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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 번째)이 작년 1월 삼성물산 참여하는 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모형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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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NEOM)’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이 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중동 순방 동행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방문 등을 함께했다.
해외 각국을 돌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CEO,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올리버 집세 BMW CEO 등을 만났다.
재계는 이 회장이 앞으로 ‘뉴삼성’ 실현을 위한 행보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지배구조 개편과 사법리스크 해소 등 각종 불확실성을 해소한 뒤 ‘시스템의 삼성’을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조만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를 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이 회장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1주년을 기념한 별도 행사를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