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발목 잡힌 퀵커머스 ‘생존 기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5 17:30

코로나 특수 종료 성장세 둔화

사업 확장·축소 상반된 생존대응

GS리테일 차별화, 배민 품목확대

쿠팡 배달지역 축소, 이마트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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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모바일 앱 ‘우리동네 GS’이 최근 퀵커머스 상품 할인 폭을 확대한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코로나 팬데믹으로 특수를 누린 퀵커머스(즉시배송) 시장이 엔데믹 가속화에 따른 실적 둔화로 ‘사업을 확장하느냐 축소하느냐 ’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제반시설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사업 범위를 축소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사업 확장에 나서는 기업들은 배달 품목과 제휴 및 할인율 확대를 넘어 배달 전용상품 개발 검토 등 차별화 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최근 모바일앱 ‘우리동네GS’ 내 퀵커머스 상품 할인율을 확대했다. 현재 해당 앱에선 우유와 주류를 포함한 300여종의 상품을 퀵커머스로 주문 시 더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가령, A상품의 할인율이 30%이었다면, 퀵커머스로 주문 시 동일 상품을 30%보다 더 할인 폭이 커진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의미이다.

GS리테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엔 배달 전용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다.

이처럼 GS리테일이 퀵커머스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전국 1만6000개 이상의 편의점 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제반시설 구축 비용 없이도 사업 확대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퀵커머스는 빠른 배송을 위해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를 서비스 지역 내 촘촘하게 배치해야 한다. 물류센터와 고객의 사이가 멀어지면 빠른 배송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송 인프라 구축비용이 상당한데, GS리테일의 경우 전국 많은 오프라인 점포가 있어 별다른 비용이 필요 없다는 이점이 있다.

편의점 외에도 최근엔 대형마트도 퀵커머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월 홈플러스는 배달의 민족과 제휴를 맺고 퀵커머스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제휴로 배민스토어에 퀵커머스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홈플러스는 해당 제휴를 통해 월 10만건 이상의 신규 주문 유입 등 고객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퀵커머스 사업의 원조격인 배달의 민족(배민)도 배달 품목을 확대하며 고객층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배민은 B마트를 통해 최근 스마트폰, 게임기, 헤드셋 등 퀵커머스 배달 품목을 확대했다. 이후 플레이스테이션5, 닌텐도 스위치 기기뿐 아니라 인기게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타이틀도 입고와 동시에 주문이 몰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기업이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며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은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엔데믹 등 여파로 성장세가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5년 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엔데믹에 따른 퀵커머스 수요 감소로 일부 기업들은 사업을 확대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다.

대표사례로 쿠팡은 지난달 퀵커머스(즉시배달) 사업인 ‘쿠팡이츠마트’의 배달 서비스 지역을 송파·강동 일부 지역으로 축소했다. 기존 서비스 지역이었던 강남·서초에서는 사업을 철수할 예정이다. 이마트도 지난해 4월 쓱고우 1호점을 출시하며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신논현점·역삼점 등 2개 점포만 운영 중이다.

코로나 특수로 성장한 해외 퀵커머스 기업들은 이보다 일찍 수요 감소로 실적이 둔화되며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독일 초고속 식료품 배송업체 고릴라스(Gorillas)는 지난해 이탈리아·벨기에 등 일부 지역 섭스를 접으며 비용절감 노력에 나섰지만 사업 유지가 어려워지자 그 해 결국 경쟁사 게티르에 회사를 매각했다.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15분 내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운영했던 조커(Jokr)도 지난해 6월 미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퀵커머스 기업들 역시 해외 기업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해외 사례와 다른 양상으로 흘러 갈 수 있다는 긍정 시각도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통업체가 하나의 채널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고, 기존의 오프라인 사업들을 다각화하면서 유지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처럼 비대면 거래가 훨씬 더 편리한 세대가 소비 주도 세력이 되면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확대되는 모멘텀을 맞이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전망했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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