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서 차세대 초대형 유조선 타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30 14:37

300K급 '이글 벤투라'·싱가포르 선사 발주…고압 2중연료 추진엔진·고망간강 연료탱크 적용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슬로싱 연구센터 등 구축…연결화·자동화·지능화 스마트야드 조성

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지난 27일 찾은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은 쉐빙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선박들을 건조하기 위해 골리앗 크레인을 비롯한 대형 장비들 사이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곳은 여의도 면적의 1.5배 규모(약 490만㎡·150만평)로 특수선 건조 공간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현재 근무자 2만여명을 2만50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지난해 8월부터 건조가 진행 중인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VLCC) ‘이글 벤투라’였다. 이는 싱가포르 선사가 발주한 것으로 인도를 위한 출항에 앞서 시운전도 마쳤다.

이글 벤투라는 고망간강이 적용된 연료탱크를 적용하고 기존 선박유와 LNG를 사용 가능한 고압 2중연료 추진(ME-GI) 엔진을 탑재한 세계 최초의 유조선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에 올라가 보니 1700㎥급 LNG 탱크 2기가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 선박은 연료를 가득 채우면 1개월 가량 운항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배출규제 ‘에너지효율지수(EEDI) 3단계’도 충족한다. 증강현실(AR) 네비게이션 등을 활용해 자동 항해가 가능한 것도 강점으로 센서를 활용해 전방에 위치한 작은 선박을 비롯한 물체도 탐지할 수 있다.

승선인원은 36명으로 요리는 불 대신 전기로 만들어 먹는다. 체육시설과 수영장도 갖췄다. 이날 선박 내부에서 만난 한화오션 관계자는 "잘 사는 국가가 발주하면 복지시설이 많다"고 밝혔다.

LNG운반선 4척이 동시에 건조되는 현장도 눈에 띄었다. 이들 선박의 계약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에너지 안보 우려 등으로 LNG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운송하는 선박의 ‘몸값’이 지난달 기준 척당 2억6500만달러(약 3599억원) 수준까지 상승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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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t급 유조선 ‘이글 벤투라’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을 지나 도착한 생산혁신 연구센터에서는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용접 작업을 시연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인구 감소와 숙련공 부족 등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는 중으로 한화오션은 17㎏급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 용접은 수동 방식 보다 원가를 줄일 수 있다. 그라인딩 작업과 휴식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혁신 연구센터는 밀폐구역용 용접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내년부터 초경량 무레일 일렉트로 가스 웰딩(EGW) 용접장치도 도입한다. 이는 25㎜ 두께의 탄소강을 한 번에 용접할 수 있는 것으로 레일형 장치 대비 작업 시간이 짧다.

한화오션은 레일형 장비를 전량 교체하고 국내·외 조선해양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도 추진한다. 고출력 레이저로 용접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레이저는 기존 저항식 용접 속도의 2배의 효율을 낼 수 있고 용접변형도 감소한다.

슬로싱 연구센터에서는 극저온 화물창의 최적 형상 설계를 위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슬로싱은 액체 상태의 화물이 선박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현상을 말한다. 슬로싱이 심해지면 선체가 궤도를 이탈하거나 탱크가 깨질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LNG 등을 가득 채우면 운항 과정에서 기화 가스로 인해 생성된 압력이 탱크 파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일정 공간을 비운다고 설명했다. 슬로싱 때문에 암모니아가 누출되면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화오션은 슬로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선박의 안정성을 높이고 운송량 조절 등 경제성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9만8000㎥급 액화에틸렌운반선(VLEC)과 액화이산화탄소(LCO2) 화물창의 슬로싱 하중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모션 플랫폼 2기·압력센서 500여개와 데이터 획득장치 500채널 및 무인자동화 시스템도 구축했다.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로 도장 능력을 높이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는 학습모드와 실전모드로 구성됐으며 스프레이건 종류와 노즐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 도료와 철강재 등 훈련용 원자재가 소모되지 않고 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한화오션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시운전 플랫폼 △디지털 트윈 기반 생산관리 △자동으로 블록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스마트 환기 시스템 등을 갖춘 스마트야드도 만들고 있다. 연결화·지능화·자동화에 힘입어 계획과 실행이 일치하는 조선소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사 최초로 드론을 활용해 적치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해상 시운전 중인 선박의 상태도 실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오션은 80개 안팎의 로봇을 10개 분야에 투입한 상황으로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선소, 데이터로 일하는 스마트한 문화가 어우리진 ‘그린&스마트 쉽야드’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용접로봇

▲2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용접하고 있는 모습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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