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블록화 등 복합위기···정부가 업종별 맞춤 정책 내놔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1 15:10

한국은행-대한상의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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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제2회 BOK-Kcci 세미나’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글로벌 경제블록화 등 ‘복합위기’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업종별 맞춤 정책을 내놔 해결책을 제시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은행과 1일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제2회 BOK-KCCI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양 단체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 마련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기 위해 공동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올해 2월 개최된 제1회 세미나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또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자체가 무역장벽이 되는 상황"이라며 "수출을 크게 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에는 큰 도전과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경학적 분열과 인구 감소의 뉴노멀 시대’ 발표를 통해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저성장,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물가 및 금융 불안정 등 삼중고에 처해있다"며 "고금리, 전쟁 그리고 지경학적 분열 등 퍼펙트 스톰(복합위기)가 몰려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세계 경제가 디리스킹(de-risk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진행되며 미국 블록, 중국 블록, 중립 블록 등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지경학적 분열과 탈세계화 과정에 미국 및 중국과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 경제는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부품과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수출 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 경제가 대외환경의 불확실성과 위험, 내부의 구조적 문제로 매우 어려운 시기이므로 기업인과 정책당국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가 삼중고(저성장·양극화·불안정)와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 기술, 제도와 정책의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직접 대담자로 나섰다. 어려운 최근 경제상황을 반영해 미·중 갈등 대처방안과 경제안보 전략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인구구조 변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참석자들의 질문들이 이어졌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경훈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첨단부문 패권경쟁, 탄소규범 강화 등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로 중간재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한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중국 경제의 블럭화로 양국의 국산화율이 1% 높아지면 우리나라의 중간재 생산은 연간 0.1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대전환기를 맞아 반도체, 배터리, 철강 등 국내 주요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업종별 맞춤형 통상·산업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팹4(미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우방국 중심 공급망 체제 내에서의 포지셔닝이 중요한데, 최근 반도체 수출구조 상 경합도가 높아진 대만과의 경쟁관계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 블록화가 진행되더라도 국내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최종재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일 경우 국내 경제성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며 "고성장·고위험 첨단산업에서 인내자본 형성을 위한 마중물 제공, 첨단산업의 리쇼어링 유도를 통한 국내생산 허브기지 구축, 그린산업 선점을 위한 투자 지원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SGI 원장은 "올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은행은 2차례의 세미나를 공동 개최햐 국가 경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국가적 아젠다’ 발굴에 협력했다"며 "내년에는 거시·금융과 기업·산업을 대표하는 양 기관의 장점을 살려 ‘BOK-KCCI 세미나’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 마련을 위한‘연결과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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