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낼 때 같이 낸 카드수수료 3년간 4000억…"폐지해야" 목소리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2 11:41

2020~2022년 국세 카드결제 수수료 3991억원



수수료 없는 지방세와 비교해 부담 과해…'지적'



카드사 자금 운용기간 확보하도록 법 개정돼야

마그네틱카드들_연합뉴스

▲2일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세 카드결제 수수료는 총 3991억원이었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납세자가 국세를 신용카드로 낼 때 함께 부담한 카드결제 수수료가 3년 동안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세 카드결제 수수료는 총 3991억원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073억원, 2021년 1256억원, 2022년 1662억원 등이다.

연간 300억원 내외였던 카드결제 수수료는 건당 1000만원 이하 국세만 세금으로 낼 수 있도록 한 한도 규정이 2015년 폐지되며 큰 폭으로 늘기 시작했다. 한도 폐지 직후 카드사 혜택도 한시적으로 제공되면서 2016년 3389억원까지 늘었지만 2018년 801억원으로 낮아진 뒤 매년 증가폭을 키우고 있다.

현행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는 납부 세액의 0.8%(체크카드 0.5%)로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율보다는 낮다. 그러나 카드수수료가 없는 취·등록세 등 지방세와 비교해 수수료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유동성 부족이나 체납을 피할 목적으로 카드로 국세를 내는 영세 자영업자가 늘며 성실 납세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방세는 카드사가 결제 시점부터 한달여 뒤 지방자치단체 금고에 대금을 납입할 수 있다. 카드사가 일정기간 자금을 운용해 납부 대행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그러나 국세는 국고금관리법 조항에 따라 수납 즉시 국고에 수납금을 납입해야 한다는 것이 과세당국 입장이다. 지방세와 달리 카드사가 국세 결제대금운용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납세자의 국세 카드 납부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선 카드사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별도 예산을 확보해 수수료를 지원해야 한다.

국고금관리법의 ‘수납 즉시 불입’ 조항은 ‘수입금출납 공무원’의 의무를 설명한 것인 만큼 카드사가 일정기간 국세로 결제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현행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16년 11월 공개한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국고금 관리법상 ‘지체없이 국고에 납입해야 한다’ 규정은 국세를 공무원이 수납했을 때 현금을 바로 국고에 입금해야 한다는 규정"이라며 "카드납부와 같이 금융기관이 국고금을 수납한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세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다른 분담 방법이 있는지 깊이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 번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서영교 의원은 "국세를 카드로 내는 납세자 중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많고,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 체납을 피하기 위해 대표자 카드로 국세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기재부는 적극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조율해 서민 부담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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