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최종 결정…진통 끝 합병 문턱 넘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2 14:59

대한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 내용 담은 시정조치안 EU 집행위 제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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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계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진통 끝에 화물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다시 청신호가 켜졌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 잡음이 나왔지만 양사 합병을 심사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유럽 화물 노선 경쟁 제한 우려’를 수용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곧바로 EU 집행위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분리매각과 함께 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여객 노선의 슬롯을 티웨이항공에 양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EU 집행위는 시정조치안을 검토해 내년 1월 말 승인 여부를 발표할 전망이다.

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동의하는 안건을 표결 끝에 가결했다.

이사회에는 사내이사인 △원유석 대표와 △배진철 전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가 참석했다. 사내이사였던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지난 30일 이사회 직전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해 출석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참석 이사 5명 가운데 찬성 3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해당 안건을 가결 처리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매각 방안이 담긴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승인 여부를 토론했지만 이사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7시간 30분 만에 정회했다. 당시 사외이사 중 한 명인 윤창번 김앤장 고문의 이해충돌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이에 윤 고문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이해상충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여부가 양사 합병의 핵심으로 작용한 이유는 합병을 심사 중인 EU 집행위의 우려 때문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합병 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공동으로 취항한 런던·로마·파리·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의 독과점 우려가 있고 양사의 화물 운송 시장 비중이 과반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경쟁 악화를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 불가 상황,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압박 등으로 매각을 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12조원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 비율은 1741%에 달한다. 산업은행은 이미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매각이 불발되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기업 결합에 엄청난 의지를 갖고 있는 데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며 "매각 불발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해 화물사업 매각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을 위해 슬롯·운수권 재분배 등 또다시 출혈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히스로공항에 보유 중인 7개 슬롯을 LCC 버진애틀랜틱에 넘기기로 했다. 중국에는 46개의 슬롯을 반납하기로 했다.


kji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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