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은행 종노릇" 발언에...은행권, ‘상생금융’ 보따리푼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3 15:34

임종룡 회장 주재 우리금융 긴급회의 개최
"취약계층 대상 맞춤형 상생금융 준비 중"
하나금융 임직원, 소상공인 애로사항 청취
자영업자 30만명 대상 1천억 금융지원 가동

하나은행

▲하나은행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실시한다. 3일 오전 이승열 하나은행장(사진 오른쪽)이 서울 광장시장에서 한 시장 상인으로부터 과거와 달라진 시장 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고금리 기조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두고 은행권을 거칠게 비판하면서 은행들이 잇따라 상생금융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12월부터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가동한다고 발표했으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전 그룹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상생금융 회의를 열고, 상생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3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날 오전 임종룡 회장 주재로 전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상생금융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상생금융 확대를 독려했다.

우리금융은 앞서 지난 3월 임 회장 취임과 동시에 상생금융 방안을 수립, 실행했다. 우리은행은 상생금융 3·3 패키지를 추진해 9월 말까지 1501억원의 금리인하 등 실질혜택을 제공했으며, 우리카드는 10월 말까지 금융취약계층, 소상공인에 1350억원 규모의 혜택을 줬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우리금융 측은 "상생금융을 열심히 해왔다고 해도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눈높이에 비춰볼 때 여전히 부족하다"며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수준의 규모와 실질을 기준으로 추가 상생금융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이 추가로 준비 중인 상생금융은 신상품을 포함해 기존 대출의 금리 인상, 연체 발생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 고금리 등으로 가장 고통이 큰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맞춤형 상생금융패키지 기본 설계를 마치고 세부 사항을 다듬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은 어려울 때 국민 도움을 받아 되살아난 은행인 만큼 진정성 있는 상생금융으로 국민께 보은해야 한다"며 "지난번 발표했던 상생금융 약속을 지키는 것에 더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 더 좋은 방안들을 찾아서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나은행은 이날 오전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비롯한 그룹사 임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소재 광장시장을 방문해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약속했다. 하나은행은 12월부터 고금리 장기화, 경기 둔화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우선 12월부터 코로나19로 원금상환 또는 이자상환을 유예한 손님 2500여명을 대상으로 6개월동안 전월 납부한 이자를 매달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실시해 약 4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원금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 손님들 대출 약 1500억원에 대해 은행 자체적인 연장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되는 시대에 자영업자 손님들에게 실질적 보탬이 되는 금융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하나은행은 사장님들이 힘을 내실 수 있도록 서민금융 확대 등 내실 있고 촘촘한 지원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손님들의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고통 분담을 촉구한 것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달 1일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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