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맞추기가 우선?...우리금융 '저축은행 인수' 회의적인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6 18:11

우리금융,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

수도권 영업확대 기회



저축은행 PF 살얼음판

당국, 저축은행 부실 확산 우려



'관 출신' 임종룡 회장

당국 코드맞추기 집중 행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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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첫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을 두고 경영 전략적인 관점 보다 금융당국과의 코드 맞추기에 집중한 행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 전반적으로 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혹시 모를 저축은행 부실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가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임 회장 취임 이후 경영 행보는 크게 기업금융 명가 재건, 상생금융, 그룹 포트폴리오 강화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이 중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는 우리은행에만 집중된 우리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지역 기반이 충청도이기 때문에 경기권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수도권으로 영업기반을 넓힐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9월 말 기준 총자산 1조8000억원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3조2991억원)과 합병하면 자산규모만 5조원대의 저축은행으로 키울 수 있다. 영업권역, 자산 규모만 보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인 셈이다.

문제는 최근 금융지주사 M&A 트렌드가 단순 덩치 키우기가 아닌 그룹 시너지 창출, 질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이다. 하나금융지주가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 KDB생명을 인수하지 않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인수를 검토 중인 상상인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020년 285억원, 2021년 651억원, 지난해 49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48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작년 6월 말 2.13%에서 올해 6월 말 10.67%로 뛰었다. 올해 6월 말 총여신 2조6974억원 가운데 고정이하 분류여신이 2879억원에 달했고, 부실여신도 1274억원이었다. 작년 6월 말(고정이하분류여신 648억원, 부실여신 268억원)보다 부실 및 고정이하 분류여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업계는 고금리 기조로 저축은행 업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우리금융이 이미 적자를 보고 있는 상상인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인수 후 시너지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 매각가인 2000억원이 금융지주 입장에서 큰 금액이 아니고, 그룹 포트폴리오 강화만 놓고 보면 우리금융이 인수를 고려할 만한 선택지인 건 맞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전국 저축은행 영업구역별 현황.(자료=저축은행중앙회)


우리금융의 M&A가 저축은행의 영업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경기권이 아니더라도 애큐온저축은행 등 서울에 기반을 둔 저축은행 가운데 매물로 나왔거나 매물로 나올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임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고, 위험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룹의 자본 배치 측면에서도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말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기업대출 자산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가계부문보다 기업대출이 위험가중치가 높다"며 "위험자산 증가분을 관리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기업금융 성장 외에 가계부문이나 미사용한도 관리,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비은행부문 여신에 대해서도 적정 수준으로 자본비율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이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상상인을 포함한 저축은행의 부실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속내를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이 그간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한 점에 비춰볼 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실자산이 더 많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인저축은행이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면 유사시에도 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유동성 위험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저축은행 한 곳이 무너지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불길이 번질 위험이 큰 데, 우리금융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는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권 확대가 목적이라면 경기가 아닌 서울권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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