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7번째 '연준 피벗' 베팅…이번엔 성공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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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월가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둘기파적 전환(dovish pivot)에 나설 것으로 또 다시 베팅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처음으로 인상한 이후 7번째 베팅으로, 시장 예측이 이번에는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채권 시장에서는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92bp(1bp=0.01%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9월 점도표에서 내년말 금리 예상치를 5.1%로 제시, 두 차례 금리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앞으로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롬 파월이 긴축 사이클이 중단될 가능성을 언급했고 미국 노동시장 또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날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4.56% 수준을 기록, 지난달 최고 5%대에서 급락했다. 3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 또한 각각 4.73%, 4.92% 근방에서 거래됐다.

이와 관련해 도이체방크의 헨리 앨런 전략가는 "이번 금리인상기에서 연준의 비둘기파적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은 이번이 7번째"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지적했다. 앨런 전략가는 "문제는 이러한 기대감이 오히려 피벗의 가능성을 낮춘다"며 "금융 여건이 다시 완화되면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또다시 인상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주에는 10년만기 물가연동국채(TIPS)가 올 들어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며 "이러한 급격한 움직임은 본의 아니게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된 배경엔 급등했던 미 국채금리가 금리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연준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준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긴축된 금융 및 신용 여건으로 경제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무게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준 피벗 기대감으로 국채금리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연준이 제시했던 연말 최종금리(5.6%)가 현실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앨런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금리인하 쪽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직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은 그동안 연준 피벗 가능성을 수차례 예측해왔지만 모두 빗나갔다. 이번을 제외하고 시장의 마지막 베팅은 지난 3월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권 불안이 고조됐었을 때였다. 당시 2년물, 1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3.55%, 3.25%로 추락, 연 최저점을 기록했다.

도이체방크는 이외에도 △영국 자산 투매현상(2022년 9월말·10월초)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과 미 인플레이션 하락전환(2022년 7월)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2022년 5월) 등의 사태를 계기로 트레이더들이 연준 피벗 가능성을 점쳤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1년 11월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긴축 속도가 조절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고 도이체방크는 덧붙였다.

하지만 앨런 전략가는 이번의 연준 피벗 베팅이 과거와 다를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피벗이 일어난다면 갑자기 발생한다"며 "실업률이 더 늘어나거나 또 다른 부정적인 충격은 이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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