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뒤틀리는 정책…선심성은 ‘봇물’ 표 도움 안되면 ‘줄후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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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정부와 집권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뒤틀리는 정책을 내놓기 바쁜 모습이다. 봇물 터지듯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는 반면 민원성이 강한 정책에는 ‘1보 후퇴’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갖고 고물가 속 선심성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18개 프로젝트 46조원 투자 애로 해소 지원 방안 등을 내놓았다.

당정은 앞서 ‘메가시티’ 추진, 주식공매도 한시 금지 등도 발표했다. 당정의 메가시티 구상은 내년 총선에서 여야의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 등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메가시티 추진이 도심 비대화 및 지역 ‘갈라치기’를 가속화하고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에 밀리는 분위기다.

총선 시기인 내년 4월까지 시한을 못박은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도 선심성 지적을 받는다. 당정은 자본시장 개방 및 증시 선진화와 거꾸로 간다는 문제 제기에도 밀어붙였다. 외국인 불법 공매도에 따른 비판여론을 잠재우고 인위적으로라도 증시를 부양해 인기를 얻겠다는 당정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역∼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역)의 일부인 서울 수서∼동탄 구간을 총선 코 앞인 내년 3월 말까지 조기 개통키로 한 것도 대표적으로 표를 의식한 정책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현장까지 방문, 이같은 정책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은행권 이자수익, 카카오T 영업행위 및 수수료체계 등에 대해 ‘종 노릇’ ‘부도덕’ 등 직설적 표현을 쓰며 엄정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과 카카오T의 독과점 횡포나 도덕적 해이 등을 질타한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유시장 경제 수호를 앞장서서 공언해온 윤 대통령의 표현으론 다소 과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가 아니라면 절제된 대통령의 언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커피 전문점과 식당 등에서 금지했던 일회용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대해서는 규제를 느슨하게 풀었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환경 대응이라며 강력 추진 방침을 밝혔던 환경정책이 슬그머니 완화 또는 철회됐다.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들의 부담, 일부 소비자들의 불편 등이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됐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추진에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하는 반면 주택용과 소상공인·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한전의 눈덩이 적자 해소와 함께 고유가 등 상황에서 발전 연료비 상승 등 원가 보전 요인으로 전기요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들이 높은데도 여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만만한 한전 등에 줄곧 자구노력 등을 압박할 뿐 선거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기 소비자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권의 이 같은 선심성 정책 무리수나 ‘정책 뒤집기’는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겉보기에 달콤한 포퓰리즘(인기영합)의 대가는 반드시 국민들에게 비용 청구서로 날아올 여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 평론가나 학계 인사들은 "여권이 야권의 거센 재정확대 요구를 일축하면서 재정 안정화에 노력하는 것이나 선심성 입법으로 평가받는 양곡관리법안 등에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점 등은 선심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유리한 정책을 발굴하는 건 당연하지만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중구난방으로 쏟아내는 선심성 짙은 정책들을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에 입을 모았다.



□ 여권의 뒤틀리는 정책 주요 사례

구분 사례
선심성 정책 경기김포 ‘서울편입’ 등 메가도시 추진
주식 공매도, 내년 4월까지 한시 금지
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 발표
GTX-A노선, 내년 3월 조기 개통
전시성 MB식 물가 통제
은행권·카카오T 등 ‘횡포 때리기’
뒷걸음 정책 일회용품 규제 잇단 후퇴철회
전기요금 인상 대상서 가정용 배제 가닥
보험료율 수치 등 빠진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숫자 뺀 의대 정원 확대 방안 발표
‘사익편취 관여 총수 고발’ 재검토
주 69시간 근무제 재검토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총선을 앞두고는 표심을 의식한 정책, 즉 선거에 유리한 정책이나 행정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정책들을 국민들이 심판해 투표를 하는 게 민주주의다"라면서도 "하지만 이 정책들이 위법한 점은 없는지, 현실 가능성이 있는 공약들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한 뒤 발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윤 대통령과 정부는 그동안 우리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기조를 밝혔고 기업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는데 전기요금을 산업용 부문만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부담만 더 커지게 된다"며 "메가시티의 경우에도 경기도 일부 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과 지방의 광역시를 같은 방식으로 메가시티를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다. 광역시의 땅 덩어리 규모를 크게만 한다고 메가시티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현재까지 발표한 정책들이 전체적으로 역행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한 뒤 정책을 구성하고 발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매도의 경우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통용되는 투자 기법이기 때문에 전면 금지할 게 아니라 진짜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일부분에 대한 핀셋 규제를 해야 한다. 이미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투자 기법을 전면 금지 해버리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메가시티의 경우에도 유정복 인천시장이나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당의 지자체장들도 반대하는 현안"이라며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층이 연 60만명 정도 되기 때문에 각 지자체장들은 어떻게 청년들이 지방에서 삶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지자체에 관련된 문제는 지자체장들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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