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365일 일과 사생활 분리 안돼…주말 지역구 활동도 담당
보좌진 임면권은 의원 몫…'파리 목숨'에 낙선하면 실업자 신세
의원에게 절대적 '을'…피감기관에는 '갑질' 문제도 여럿 지적돼
▲국회의사당. =국회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2호 안건으로 정하면서 ‘보좌진 정원 축소안’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하자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에서는 이 같이 반발했다.
보좌진의 ‘빛과 그늘’을 잘 설명해주는 경우다. 보좌진은 국회에서 의원을 대신해 법률안 발의와 행정부 감시 등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보좌진 임면권이 의원에게 있는 만큼 이들의 고용 안정성은 ‘파리 목숨’에 가까운 처지이기도 하다.
12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 보좌직은 인턴을 제외하고 2342명에 달한다. 의원 정족수 298명의 7.9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회의원 1명 당 4급 보좌관 2명과 5~9급 비서관 6명, 인턴 1명까지 모두 9명의 보좌진이 붙어 입법과 정책 활등 동을 돕는다. 흔히 보좌관이라고 하면 이들 9명을 통칭해 부른다.
보좌진은 정치무대 위 각광받는 국회의원들 뒤편에서 손과 발의 역할을 맡는다. 국회의원보다 빛나서는 안되지만 없어서는 안될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다. 간혹 보좌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국회의원, 지자체 의원 등 정치계에 발을 들이기도 한다.
□ 국회 보좌진 현황
각 의원실 보좌진 정원 : 9명 (8명 보좌직원/인턴 1명) |
보좌관(2명): 4급 별정직 국가공무원 |
선임비서관(2명): 5급 별정직 국가공무원 | |
비서관(4명): 6·7·8·9급 비서관 및 비서 각 1명 | |
인턴(1명) | |
전체 의원보좌직 채용 가능 : 2400명 | 2023년 10월 기준 2342명(인턴 제외) |
◇국회의원의 동반자…2342명의 보좌진 "석·박사, 전문직 인사까지"
보좌진이 채용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의원과 정치적인 동지인 경우와 공채의 경우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성장해온 정치적 동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보좌관이 돼 국회에 입성한다.
과거에는 각종 연줄과 연고를 통해 추천되는 인사 중에서 특채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개채용이 더 많다. 인맥을 통해 쉽게 보좌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국회 홈페이지 채용 공고란을 통해 해당 의원실 메일로 서류를 접수해 이뤄진다.
보좌진들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달라지는데 정책과 정무로 나눠 업무를 분장한다. 정책은 일반적인 입법안, 상임위에 관련한 의정활동을 지원한다. 정무의 경우에는 정치적 사안에 관한 전략에 초점을 두고 기자, 지역 유지, 후원자 등을 만나거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원을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법적인 지식 외에도 회계, 행정 등 총체적인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추세다.
여당의 청년 보좌관 출신인 A씨는 "실제로 현직 보좌관들은 석·박사는 물론 해외유학파,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 자격증을 갖춘 인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보좌진에게는 공식·비공식 행사나 모임은 물론 저녁식사 자리도 업무의 연장이다. 그렇기에 보좌관들은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코로나 사태나 화재 사고, 지하철 사고 등 각종 주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하면 국회의원들은 하던 일을 제쳐두고 당장 사무실이나 현장으로 가야 한다. 보좌관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주말에 지역구 활동을 나가면 지원에 나가야 한다.
따라서 넓은 업무 범위와 직업적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해 국회 보좌진은 일반직 공무원보다 급여가 높은 편이다. 1호봉부터 시작하는 일반적인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직급의 가장 높은 호봉이 적용된 급여를 받는다. 보좌관은 4급 상당에 21호봉, 비서관은 5급 상당에 24호봉을 급여로 받는다.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각종 수당도 대부분 급여에 포함돼 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과거에는 신인 정치인 ‘등용문’…현재는 ‘생계형’ 보좌진이 더 많아
국회의 보좌관은 신인 정치인의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치의 꿈을 안고 보좌관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역의원은 물론 지방의원, 시장·군수 등 지자체장 가운데에서도 보좌진 출신이 많다.
대표적으로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여당에서는 정희용·조경태·이태규·김학용·이헌승 의원 등이 있다. 야당에도 조정식·기동민·박홍근·서삼석 등 수 많은 보좌관 출신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정치 활동을 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인턴 보좌진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보좌관 출신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보좌하며 정무·정책·입법 분야를 두루 섭렵한 만큼 의정 활동에 더욱 빨리 적응해 두각을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정치 성향, 선거 출마 등 정치적 목적이 뚜렷해 보좌하던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경우도 있었던 과거 대비 현재 보좌관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한 여당 보좌관 출신 B씨는 "요즘 보좌진 중 정치인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극히 일부이고 그냥 직업이나 직장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원에게 임면권이 있는 보좌관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파리 목숨’으로 비유된다. 의원에게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지기 위해 그만두거나 혹은 의원이 사퇴를 하거나 낙선하면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총선이 끝나고 새로운 국회의 상임위가 배정되면 의원 소송 상임위별 보좌진 채용을 위한 큰 장이 선다. 새로운 국회 구성은 대부분 초선 비율이 과반인 경우가 많아 의원이 낙선한 의원실 보좌진들은 당선된 초선 의원실에 들어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상황과 역량에 따라 보좌관들의 재취업 방법은 다양하다. 낙선한 의원들이 초선 의원에게 보좌진을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같은 보좌진들이 추천하기도 한다. 공개적인 국회 채용 공고를 통해 지원하기도 한다.
매년 국정감사가 끝날 때도 긴장하는 보좌진들이 많다. 대대적인 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력이 문제일 수도 있고 의원과 잘 맞지 않아 나가는 보좌진들도 있다. 혹은 2년마다 상임위가 바뀌면 의원을 따라가지 않고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의 상임위에 배정받은 다른 의원을 보좌하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구직활동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보좌진 중에서는 기존의 직급보다 한 단계 낮춰서 의원실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선거가 끝나고 여당이 되면 보좌진들은 구직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직급 상승을 노릴 수 있지만 의석수가 적은 정당 출신의 보좌진들은 높아진 채용 문턱만큼 직급을 낮춰서라도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야당 보좌진으로 일하는 C씨는 "국회의원 임기 4년 혹은 그 이상 일하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도 "이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여러 의원을 보좌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보좌진들의 세계는 쉽게 말해 프로스포츠 선수의 FA시장과 유사하다. 실력이 부족하면 면직되기도 쉽지만, 능력을 인정받으면 다른 의원실에 ‘모셔오기’식 스카우트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다.
보좌관 출신 A씨는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의원실 보좌진들도 실력을 인정 받는다"며 "보좌진들은 4년 비정규직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보좌진은 의원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목숨인 만큼 의원에게는 절대 을이지만 매년 국정감사를 하는 입법기관인 만큼 피감기관인 정부부처와 공기업 등에는 ‘갑’의 위치다. 피감기관들의 자료 지연에 대해 항의는 물론 무조건 높은 직급을 찾아 해결 하려고 요구하기도 하며 심지어 질의서를 작성해 오지 않으면 막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피감기관이나 기업에 연락해 보좌진의 밥 값을 계산하라고 요청하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선임해달라는 청탁을 하는 일도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만 2012년과 2015년 각각 국회선진화법이 부정청탁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보좌진의 ‘갑질’도 많이 줄었다.
A씨는 "10년 전이나 더 오래 전에는 있다고 들었으나 지금은 (갑질이)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