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마 신호탄'…모금액 한도·공개 의무 없어
"피감기관·대관 부담 가중…최근 세 과시 목적 짙어"
▲왼쪽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더 리더’ 출판기념회 포스터.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2일 연세대학교 동문회관 3 층 그랜드볼룸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발표하고 있다. 각 의원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은 물론 출마를 준비하는 원외 정치인들이 출판 기념회를 연이어 열고 있다.
‘출마 신호탄’인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을 합법적으로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특정 지역에서 세 결집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대이기도 하다.
출판 기념회는 모금액 한도나 모금액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정가보다 돈을 더 받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현행 공직선거법상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전 90일(내년 1월 11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따라서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출마자들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현역 의원들은 주로 국회나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원외 정치인들은 출마를 희망하는 지역구에서 개최한다. 출판기념회에서 소개되는 책은 주로 자서전이나 자신의 의정 활동을 담은 내용들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은 15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더 리더 - 박용진의 미래를 향한 도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지난 2021년 민주당 대통령 선거 경선과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과정의 연설문과 언론인터뷰 등 해설을 담은 책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이미 진행됐거나 다수 예정돼 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경남 양산을)은 17일 양산문화예술회관에서 21대 국회 3년여 동안 자신의 정치와 정책에 관한 소견을 담은 책 ‘김두관의 외침’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오는 18일엔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과 박재호 의원(부산 남)이 각각 자신의 지역구에서 책 ‘이용빈의 1.5도씨 정치’와 ‘길에서 배운 길’ 출판 기념회를 연다.
홍정민 의원(경기 고양병)도 오는 27일 지역구에서 ‘홍정민의 경제를 읽어드립니다’란 저서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2일 출마를 희망하는 서울 서대문갑 지역에서 자신의 자서전 ‘이수진이 뛴다! 서대문이 열린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앞서 강선우(서울 강서갑)·이용우(경기 고양정)·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의원 역시 지난 8월과 9월 사이 국회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원외에서는 광주 동남갑 지역구 출마를 위해 뛰고 있는 정진욱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8일 광주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정진욱 부원장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고 현재 이재명 대표 정무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도 내년 총선 때 전북 군산 출마를 목표로 오는 25일 군산 수송동에서 ‘채이배의 공정경제 만들기’ 출판기념회를 연다.
채현일 전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갑 지역에서 지난 12일 ‘채현일의 탁 트인 정치’(부제 : 위기의 대한민국, 리더십에서 답을 찾다)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서울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이 오는 20일 국회도서관에서 ‘여의도 렉카’ 출판기념회를 연다.
다음달에는 이세종 경기 양주시 전 당협위원장이 출판기념회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박수영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저서 ‘국회의원 쫌 만납시다’ 출판기념회를 겸한 ‘북토크’ 행사를 진행했다.
여권인사인 이동석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지난달 충북 충주에서 ‘바로 서는 충주-함께 동석해주세요’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축하 화환도 왔다.
지난달에는 양홍규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 송병선 경기도당 정책본부장, 경기 구리시 출마를 노리는 송진호 변호사 등이 출마를 노리는 지역에서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대관이나 피감기관의 부담을 늘리는 행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출판기념회는 암묵적으로 출마를 앞두고 정치 모금을 모으는 데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며 "현역 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안 갈 수가 없고 또 정가보다 더 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피감기관들와 기업에서 대관을 맡은 실무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모금 성향이 짙었지만 최근에는 지역구에서 세 결집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개최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모금액의 한도가 없다고 해도 출판기념회로 모금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세를 과시한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