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데이터 기반해 미래 전략 짰는데…앞으로는 '어쩌나'
일각선 택시 업계 비위 맞추다 이용자 편의 떨어질까 우려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국택시연합회관에서 택시 4단체(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논란이 됐던 가맹택시 수수료율과 배차 알고리즘을 모두 손질하기로 결정했다. 택시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한편,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모빌리티 플랫폼의 동력이 훼손돼, 카카오모빌리티의 미래 사업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전날 택시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가맹 택시의 실질 수수료율을 3%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맹 택시 수수료가 높다는 택시업계의 지적을 수렴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콜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연말까지 새로운 매칭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개선안의 핵심은 ‘단순화’에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 운행 매출 20%를 로열티(계속 가맹금) 명목으로 받아왔는데, 제휴 계약을 별도로 맺고 매출의 15~17% 수준을 돌려주는 구조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제휴 계약의 대가는 운행 데이터 등으로, 제휴 계약을 체결한 가맹 택시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내는 수수료는 최대 5% 정도였다. 배차 알고리즘 역시 복잡한 알고리즘을 단순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결정이 회사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수수료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거두는지 공개한 적은 없지만, 주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 만큼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택시 운행 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등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현재까지 공개된 수수료 제도 개편안에서 기존에 진행해온 제휴 계약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여기에 수익성 악화로 인해 공격적인 투자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간담회 직후 개편 방향성을 공유하면서 "이 조치로 현행 가맹택시에 적용되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각종 미래 서비스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택시 업계의 의견을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 입맛에 맞춘 서비스 개선으로 정작 택시 이용자의 편의성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매칭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