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기후금융 방향 및 노동조합 대응과제 토론회
박지혜 플랜1.5 변호사, 국내 금융사 기후금융 진단
"금융지주, 온실가스 감축목표 구체적 정보 부족"
"금융배출량 회사별로 다르지만 장기 감축목표 같아"
목표 이행계획, 기후금융 투자 현황 등 상세히 공시해야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사들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방안들은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사들이 발표한 투자 제한정책이나 관련 투자 현황이 ‘탈석탄 선언’에 머물러 있고,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계획에 대한 정보 공개도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금융배출량이 가장 많았지만, 감축 목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KB금융, 내부배출량 하나금융보다 2배 많아"
기후환경단체 플랜1.5 소속 박지혜 변호사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방향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토론회’에서 국내 금융사의 기후금융 현황을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변호사는 "기후변화는 경제 곳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사 본연의 실적이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기후금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해외 금융사들은 도박, 무기 생산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것만큼 기후금융을 엄격하게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기후금융과 관련해 괄목할 만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방향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토론회’에서 기후환경단체 플랜1.5 소속 박지혜 변호사가 국내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현황과 평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나유라 기자) |
실제 우리나라 5대 금융지주사들이 선언한 기후정책을 보면 세부 내용이나 목표치가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5대 금융지주 내부배출량을 보면 KB금융이 2020년 기준 14만톤을 배출해 하나금융지주(7만톤) 대비 2배 가량 많다"며 "KB금융지주가 지점 수가 많다거나 차량을 많이 운행한다거나 등의 기준이 있을텐데 세부 항목을 확인하기는 어려웠고, 5대 금융지주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2030년 내부배출량을 42% 감축한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내부배출량이란 금융기관이 보유한 차량, 건물 등에서 에너지를 연소하거나 전기를 사용하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뜻한다.
◇ "기후대응 구체적인 추진계획 공개한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
박 변호사는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충분한 근거를 갖고 수립됐는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정보가 상당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사들이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하는 금융배출량 역시 5대 금융지주의 배출량이 상이함에도 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모두 동일했다.
▲5대 금융지주의 금융배출량이 각각 상이함에도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동일했다.사진은 5대 금융지주별 금융배출량과 목표치. |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금융배출량이 가장 많은 곳은 우리금융지주였다. 이 회사는 2022년 기준 5300만톤으로 신한금융(4382만톤), NH농협금융(3052만톤), KB금융(2676만톤) 대비 가장 많았다. 박 변호사는 "5대 금융지주 모두 2030년 금융배출량을 27~37.5% 감축하고, 2040년까지 56~64.6% 감축해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가장 배출량이 많은 우리금융지주의 감축 목표는 2030년 27%, 2040년 56%로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금융배출량이 가장 적은 곳은 하나금융지주였는데, 이 원인 역시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박 변호사는 "2020년 KB금융을 시작으로 우리, 농협, 신한, 하나금융지주까지 모두 경쟁적으로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며 "그러나 각 금융사별로 보면 아직 화석연료 전체에 대한 투자 제한정책을 도입하는데는 소극적이었다"고 진단했다.
5대 금융지주가 발표한 중장기적 ESG 금융 목표도 추상적이다. 금융지주사는 친환경 투자, 기후변화 대응 등에 각 사별로 30조~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박 변호사는 "5대 금융지주사들은 기후위기 대응 투자 정책보다는 ESG금융정책, 친환경 투자 정책 중심으로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며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한 세부 계획에 대한 정보 공개는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 대응을 주요 테마로 정하고, 추진 계획을 공개한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금융지주사들은 기초적인 배출량 공시부터 투자목표이행계획, 기후금융상품 투자현황까지 보다 세밀하게 공시해야 한다"며 "이와 관련해 규제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