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이준석 신당, ‘영남판 국민의당’ 노리나…정치권 파괴력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2 16:26
축사하는 이준석 전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하태경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신당 추진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을 향한 신당의 파괴력이 얼마나 될 지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지난 2016년 실시된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호남권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을 모델로 신당을 추진 중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 및 국민의힘에 대해 대구경북(TK)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일부 반감 표심을 자극,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킨 뒤 그 여세를 몰아 수도권에서 ‘태풍’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22일 이준석 전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측근 ‘천아용인’ 구성원인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 등과 함께 오는 26일 대구를 방문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세부 일정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방문 세부 일정이 마련되면 최근 구축한 온라인 연락망 참여자들에게는 관련 내용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치권 안팎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대구 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이 전 대표가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이날 행사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대한 계획을 밝힐 지에 대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연락망을 구축하면서 워낙 많은 분이 호응을 보내준 부분에 대해 (대구 방문을 계획했다)"며 "지역 행사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에도 광주를 찾은 이 전 대표는 지역 행보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시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여수MBC와 인터뷰에서 "신당을 창당할 경우 원내교섭단체 기준이 되는 20석 이상을 기대한다"며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15~20% 사이를 유지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8일부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더 긴밀하고 신속하게 교류하기 위해 연락망을 구성하려고 한다"며 시작한 온라인 연락망 구축에는 이틀간 3만5000명이 넘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대 양당 지지층은 물론 부동층까지 끌어안고 격전지 등에서 국민의힘 표를 뺏어오면서 총선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매체 ‘한양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7.8%의 응답자가 ‘이 전 대표 중심의 신당 창당이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앞서 뉴라이트 성향 인터넷신문 ‘뉴데일리’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66명을 대상으로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창당되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나’라고 물은 조사에서는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선택한 비율이 21.1%로 나타났다. 기존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5.4%, 국민의힘 32.2%, 정의당 1.8%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보수 텃발인 대구 등 영남에서 지지기반부터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데다가 선거 구도상 영남권 가운데 대구는 민주당 표심이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이 전 대표 본인의 정치 철학이 새로운 보수, 신(新) 보수"라며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다 보니 그 심장인 대구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선거구도상으로도 민주당 표심이 가장 약한 곳이 대구다. 부산을 30% 정도 민주당이 차지하기도 하는데 대구는 김부겸과 유시민 이후 입성한 인물이 없다"며 "그래서 이 전 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을 배제하고 국민의힘과 1대 1로 붙을 수 있는 곳이 대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영남권 지지기반 확보와 나아가 수도권 태풍까지 노리고 있다면 신당 바람을 제대로 불러일으킬 인물을 물색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현재 이준석계라고 뚜렷하게 보이는 인물로 ‘천아용인’만 언급되고 있다"며 "제대로 신당 바람을 불러일으켜 선거판을 흔들 수 있는 인물 즉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비슷한 사례로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있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현 국민의힘 의원)·김한길(윤석열 정부 국민통합위원장) 의원 등을 중심으로 지난 2016년 창당됐다.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위원장은 국민의힘 창당 이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았다.

민주당이 17대(이명박 대통령)·18대(박근혜 대통령)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하고 친노무현계 인사들이 사실상 당을 장악하며 독주하면서 당시 호남권을 중심으로 민주당 표 이탈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당이 호남권의 새정치민주연합 대안 세력으로 부상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같은 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호남권과 젊은 층 지지를 바탕으로 지역구 25석, 비례 13석 등 총 38석(전체 국회 의석 300석의 12.67% 차지)을 얻어 20석 이상이 기준인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국민의당을 향한 호남권 지지율이 눈에 띄었다. 국민의당이 얻은 지역구 의석수 25석 가운데 23석이 호남권에서 탄생했다. 광주(8석) 전남(10석) 전북(10석) 등 호남 총 28개 의석 중 5석을 제외하고 모두 석권한 것이다.

당시 거대 양당의 의석수는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으로 1석 차이에 불과했다.

다만 영남과 호남의 지역 민심이 다르기 때문에 ‘이준석 신당’이 영남에서도 과거 국민의당 만큼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란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경우 부모님 고향이 칠곡군이라 이를 TK 지역 스토리로 엮으려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대구 민심의 특징은 투표에 기저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번 당이나 보수를 배신했다는 프레임이 씌어져 버리면 대구 민심은 돌아서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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