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정비사업, 공급난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3 13:56

노량진1구역·여의도 공작 등 알짜 정비사업 잇따라 유찰



10대 건설사 3분기까지 11조5151억원 수주…전년 比 60.68%↓



전문가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 필요…제도 등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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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찰된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일대 모습.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정비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가 줄면 향후 공급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미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여서 주택 공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량진1구역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입찰참여자격인 ‘입찰마감일 이틀 전까지 입찰보증금 500억원을 납부’한 업체가 한 곳도 없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당초 삼성물산, GS건설 등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노량진1구역은 공사비만 1조원이 넘어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혔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지하 4층~지상 최고 33층, 28개 동, 2992가구 대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노량진뉴타운 내 8개 구역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이 인접해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각축전이 예상됐다.

업계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를 유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조합은 당초 3.3㎡(평)당 695만원이던 공사비를 730만원으로 올려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고급화 등을 요구한 조합의 사업 조건에 비해 공사비가 낮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이 응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공작아파트 역시 대우건설이 지난 9월 1차 입찰에 이어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찰됐다. 이번 2차 입찰을 앞두고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또다시 대우건설만 단독 입찰하면서 유찰됐다. 공작아파트는 지난 1976년 준공한 373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층, 3개 동, 아파트 57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5호선 여의나루역 역세권 단지로 더현대서울백화점을 비롯해 파크원, LG트윈타워 등과 가까워 서울 알짜 정비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건설사들은 올해 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11조51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8조8501억원 대비 60.08%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주 건수는 79건에서 35건으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이유를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공사비지수(잠정치)는 153.67로, 8월(151.23) 대비 2.44포인트(p) 상승했다. 3년 전 같은 기간(119.89)과 비교하면 33.78p 올랐다. 향후 고금리와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주택시장 침체도 장기화하고 있어 선뜻 사업 참여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가 줄면 향후 공급 물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미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여서 주택 공급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25만5871가구로 1년 전(38만200가구) 대비 32.7% 감소했고 착공 물량은 12만5862가구로 1년 전(29만4059가구)보다 57.2% 줄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경기 오산·용인·구리 등 5개 지구에 8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란 평가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 기반 확충 방향을 택지개발에서 정비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정비사업을 지원해야"한다고 덧붙였다.

zoo1004@ekn.kr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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