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F-21 보라매 초도 생산, 40대가 맞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3 14:18

수출경쟁력 확대·'제공호' F-5 등 노후 전투기 교체 시급…국회·군·방사청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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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 산업부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전 세계 군 관계자와 우리 국민들 앞에서 초음속 비행을 선보였음에도 여전히 발목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초도 생산 물량을 기존 계획인 40대가 아니라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이번 보고서를 포함해 2000년대 초반부터 보라매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KIDA는 ‘합리적 국방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을 위한 기관으로 대형 무기 도입과 국내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전투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은 있다. 4.5세대 이상급 스텔스 형상을 갖춘 초음속 전투기 개발이 어려운 것도 맞다. 우리나라가 2026년까지 최종 체계개발을 마치면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일본·스웨덴·유럽 공동개발에 이어 8번째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대공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블록-Ⅰ의 생산물량을 블록-Ⅱ로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공대지·공대함 임무도 수행하는 멀티롤(다목적) 전투기의 효용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안보와 경제 모두를 저해하는 주장이라고 봐야 한다. 아직도 우리 공군은 80년대부터 만들어진 KF-5 ‘제공호’를 80대 가량 운용 중이다. 이로 인해 힘들게 육성한 파일럿들의 안타까운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보라매 초도 물량이 40대를 유지한다고 해도 40대에 가까운 제공호가 몇 년 가량 더 비행해야 하는 상황을 KIDA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전 세계 전투기 개발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된 과정에 힘입어 지난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기체에 대해 기술적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KF-21

▲10월1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비행 중인 KF-21 보라매 시제 3호기

KAI·한화시스템·LIG넥스원 등 500곳에 달하는 국내 업체에게도 타격이다. 40대를 기준으로 생산설비를 도입하고 인력을 갖춘 상황에서 생산 목표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재료비 협상을 비롯한 여러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제작단가 상승으로 인해 도입에 필요한 예산도 늘어나게 된다. 방위사업청도 계획이 20대로 변경될 경우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리적 국방정책과 거리를 두게 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윤석열 대통령과 군 당국 및 업체들이 다져놓은 수출경쟁력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극강의 가성비와 사후서비스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K-방산의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 국방부·공군·방사청 뿐 아니라 여야가 한 목소리로 40대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랑스는 자국 항공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국민적인 성원을 지목한 바 있다. 우리도 성공적인 보라매 개발 완료와 2027년 방산 수출 4강 진입 등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따뜻한 응원과 관심을 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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