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FTA 개선 시도···전기차 등 수출 확대 기대
‘유럽판 IRA’ 원전 수혜 가능성도···방산업도 ‘정부 지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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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맨션하우스에서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에 한동안 보조를 맞춰왔던 우리 기업들이 이번에는 유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유럽의회의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을 앞두고 다양한 형태로 수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영국은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에너지, 방위산업, 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서 힘을 모은다는 내용의 ‘다우닝가 합의’(DAS)를 22일 체결했다.
기업들은 우선 양국 FTA 개선 협상이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양국 FTA는 2020년 영국의 갑작스러운 유럽연합(EU) 탈퇴로 급하게 체결된 면이 있었다. 개선 협상이 시작되면 우리 측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확대를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합의로 전기차 등 수출이 용이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주요 기업인 20여명과 별도로 사전환담을 갖고 양국 기업 간 교류 확대의 지원도 약속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재계는 현지 기업들과 양해각서(MOU)를 잇따라 체결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등에서 총 31건의 MOU가 성사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효성중공업, 경동나비엔 등은 영국 기업과 약 27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유럽 본토에서도 ‘정책 효과’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유럽의회가 21일(현지시간) ‘탄소중립산업법(NZIA)’ 혜택 대상에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도 포함하자고 제안하면서다. NZIA는 ‘유럽판 IRA’로 불린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역내 산업 제조 역량을 2030년까지 40%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번 제안에 따라 원자력 발전 기술인 핵분열·융합과 지속가능항공연료(SAF) 등도 NZIA 적용 대상 기술에 추가됐다. 아울러 의회 협상안에는 탄소중립 기술 관련 부품·원자재·장비 등 공급망 전체로 NZIA 적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우리 기업들은 당장 유럽이 ‘장벽’을 세운다는 점은 경계하면서도 업종별로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미국이 IRA를 시행할 당시 이차전지 기업들이 현지 투자에 대한 압박을 느꼈지만 오히려 보조금 수령을 통해 단기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우리 기업들이 시장논리 대신 ‘정책 효과’에 편승하는 것은 오히려 경영 관련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 우리 기업들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IRA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산 업계는 우리 정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K-방산’의 유럽지역 수출을 위한 교두보가 폴란드에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국방부는 폴란드에 ‘국방협력단’을 설치해 유럽지역 방산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