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로 ‘하락 베팅’ 막혔다?…외인들 "주식선물로 가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4 16:09
2023112401001493100074361

▲(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선물을 통해 ‘하락 베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선물에 대한 약세 베팅을 늘리면서 한국 증시가 더욱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공매도 금지의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해외 펀드들이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날부터 21일까지 1850억원어치 주식선물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종목들의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에 비해 최대 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BGF리테일과 포스코DX의 경우 지난 21일 각각 13만5100, 5만5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선물 종가는 12만7000원, 5만2000원으로 현물보다 6% 가량 낮다. 팬오션, CJ ENM, 카카오게임즈 또한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약 3%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선물을 매도하는 이유는 공매도와 비슷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싸게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으로 투자자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활용해 왔다. 주식선물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나중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계약이다. 주가하락이 예상되면 주식선물을 매도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클렙시드라 캐피털의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은 것은 공매도 수요의 흡수"라며 "현·선물 시장에서 공격적인 차익거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궁극적으로 현물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선물 가격이 낮은 주식은 외국인 투자자들로 주로 구성된 숏셀러들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반 주식투자의 리스크가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칙적으로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과 동일하거나 아주 소폭으로 높은 가격에 형성된다. 그러나 이처럼 선물과 현물 가격간 괴리가 지속되면 주식 현물 가격이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효섭 연구원은 "선물만기일에 프로그램 매도 주문이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어 현물 주식 시장에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용 등을 고려해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주식선물을 통한 위험회피는 이상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