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보다 저렴한 나트륨 급부상
리튬이온배터리 가격 하락추이 가속화되나
▲전기차 배터리 공장(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상승했던 글로벌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올 들어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 가격이 올해 큰 폭으로 폭락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와중에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성공적인 상용화로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팩 평균 가격이 작년대비 14% 하락한 키로와트시(kWh)당 139달러로 집계됐다. 이 같은 연간 하락률은 201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BNEF는 전기차 등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 판매자와 구매자 300곳 이상의 자료를 수집해 매년 평균 배터리 가격을 산출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이 크게 하락한 것이 배터리값 하락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배터리팩 평균값은 2010년 첫 집계당시 kWh당 1400달러에 육박했지만 기술발전 등으로 2021년 150달러까지 내리막길을 이어왔다. 하지만 작년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환경 등으로 배터리 가격이 161달러로 올라 사상 처음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리튬 가격이 올 들어 75% 가까이 폭락하자 배터리값도 덩달아 뒤집힌 것이다.
배터리 수요가 둔화된 점도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배터리 수요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 하반기에 경기침체 우려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에 현재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배터리만으로 글로벌 수요를 웃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리튬 가격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만큼 배터리값 하락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연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는 글로벌 리튬 시장이 2028년까지 공급이 과잉될 것으로 내다봤다.
BNEF는 내년에 배터리팩 평균 가격이 kWh당 133달러로 더 떨어진 후 2027년엔 100달러 밑으로 떨어져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는 이른바 ‘가격 패리티’가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나트륨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배터리 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에너지전환에 중요한 산업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매장량이 풍부하고 정제 관련 비용 등이 저렴하다. 다만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낮아 전기차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 노스볼트는 에너지 밀도를 kg당 160Wh(와트시)까지 끌어올린 나트륨이온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는 리튬 배터리의 에너지밀도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이를 계기로 고밀도 나트륨 배터리의 상용화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제조사들도 나트륨이온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BYD는 14억달러 규모의 나트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계약을 최근 체결했고 CATL은 올해부터 일부 차량에 나트륨 기반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지난 4월 예고한 바 있다.
이같은 추이가 가속화되면서 나트륨이 리튬 수요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BNEF는 2035년까지 나트륨이 리튬 수요 약 27만2000톤을 감축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컨설팅업체 CRU그룹의 샘 애덤 배터리 재료 총괄은 "나트륨이온배터리는 리튬 수요공급 균형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