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가격 오른다던데"…‘투자 계산기’ 두드리는 美월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8 11:50
온실가스

▲온실가스(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앞으로 지불해야 할 '탄소 가격'이 월가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탄소세, 탄소배출권 등의 형태로 탄소배출량에 따라 지불하는 탄소 비용이 앞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기후 정책이 기업 수익성은 물론 이들의 투자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줄줄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스위스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롬바드 오디에의 자료를 인용해 2030년까지 글로벌 탄소 가격이 톤당 100달러에 육박할 경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수익이 반토막 날 리스크가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글로벌 탄소 가격은 톤당 30달러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탄소세가 앞으로 본격 시행되면 기업들이 지불하게 될 탄소배출 비용이 빠른 시일 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EU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EU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부과해 징수하는 제도로 실질적인 ‘탄소세’로 여겨진다. 지난달부터 오는 2025년 말까지는 전환 기간으로 탄소 배출 정보에 대한 보고 의무만 발생하며 2026년부터는 관련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이와 관련 롬바드 오디에의 로렌조 베르나스코니 탄소 솔루션 총괄은 "CBAM은 글로벌 탄소가격을 유럽 수준인 톤당 75유로(82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팀 찬 지속가능성 리서치 총괄은 탄소세가 유럽에 성공적으로 도입될 경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 탄소 가격이 더 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운영·수입 비용을 높여 기업들에게 타격으로 이어질 잠재력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다가오는 기후 정책을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세계 6위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는 운용하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다양한 범위의 탄소 가격을 적용시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 내부에서는 탄소 규제로 비용이 가장 크게 뛸 기업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베스코의 알렉산더 찬 아시아태평양 ESG 전략 총괄은 "탄소세를 포함한 정책들이 아시아에 시행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실질적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피델리티의 경우 유럽의 탄소세 시행을 미리 반영해 투자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피델리티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아시아 지역을 관리하는 플로라 왕은 "CBAM이 구체화됨에 따라 탄소세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내부 모델로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그 결과로 탄소세 대상인 중국의 한 대형 비료·농약 제조업체에 투자할지 여부를 재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해당 기업이 시장을 거의 독점해 펀더멘털이 탄탄하며 유럽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공급재가 석탄과 묶여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왕은 "우리는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고, 이는 많은 회사들의 탄소 배출에 명시적인 가격을 매기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많은 회사의 비용 구조와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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