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민관 협력·최종PT 총력전 등 '졌잘싸'…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9 03:07

28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선정
사우디 119표·한국 29표·이탈리아 17표
민관, '지구 409바퀴 대장정' 특장점 꼽혀
국내대표 5인, 최종PT 나서 ‘막판 총력전’

최종 경쟁 PT 끝나고 사우디측 관계자와 인사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국 간 최종 프레젠테이션(PT)을 마친 뒤 사우디측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우리나라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부산은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엑스포 유치가 확정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를 획득했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았다. 기권표는 없었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참여국 중 3분의 2 이상표를 얻은 국가가 나오면 그대로 승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2차 결선 투표를 치른다.

사우디는 투표 참여 165개국 가운데 3분의 2인 110표를 넘긴 119표를 얻으면서 결선 투표 없이 여유롭게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당초 한국은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가결 정족수 3분의 2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며 이탈리아를 누른 뒤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를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정부는 투표 직전까지 내비친 역전 기대감과는 달리 예상보다 훨씬 큰 표 차이로 패하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 직후 회견에서 "국민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원과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BIE 회원국 182개국을 다니며 갖게 된 외교적인 새로운 자산을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BIE 실사단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한마음으로 노력해왔다"면서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 韓, 지구 409바퀴 돌며 표심 호소…민관 협력이 특장점 꼽혀

우리나라는 사우디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들어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민간이 함께 회원국을 일일이 접촉해 설득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박빙 판세까지 추격했다고 자체 판단을 해왔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국무위원·대통령 특사, 13개 기업 CEO 및 임직원 등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지난 9월 말 기준 총 1640만8822㎞로 지구 409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다. 정부가 850만6407㎞(지구 212바퀴), 기업 790만2415㎞(지구 197바퀴)로 추산됐다.

윤 대통령은 ‘북한 빼고 다 만났다’고 할 정도로 정상회담과 각종 국제행사 등에서 90여개국, 500명 이상의 인사를 만나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 등을 통해 직접 찾은 국가만 10여개국에 달한다.

특히 지난 6월 BIE 총회에서 직접 부산 홍보 프레젠테이션(PT)을 하기도 했다. 9월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와 인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20여개국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같은 달 유엔(UN) 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는 47개국 정상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릴레이 양자 회담을 가졌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90여개국의 150명 이상의 인사를 만나 교류하며 기회가 날 때마다 부산 지지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표심을 잡으려 9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이상 해외 순방을 하며 BIE 회원국들을 직접 방문했다.

비행기에서 숙박하는 강행군도 잦았다. 공식 면담 일정을 잡지 못했던 회원국 고위 인사를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만나 붙들고 부산 지지를 설득하기도 했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부처의 장·차관들도 각국 출장 때마다 힘을 함께 보탰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을 민간 기업들이 함께 주도했다는 점도 한국의 특징점으로 꼽혔다. 국내 12대 주요 그룹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8개월 동안 총 175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해왔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총 1645회다. 이 가운데 절반에는 주요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급이 직접 참여했다. 특히 삼성과 SK, 현대차, LG, 롯데 등 주요 5대 그룹이 전체 교섭 활동의 89.6%를 차지했다.

한 총리와 함께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목발 투혼’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국가는 180여개, 고위급 인사는 900명이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구광모 LG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도 틈나는 대로 해외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여 왔다.



◇ 국내 대표 연사 5인, ‘공동체·미래세대’ 강조 ‘막판 총력전’

투표일인 이날까지도 결선에 진출해 이탈리아 지지표와 사우디 이탈표를 흡수하면 대역전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왔다.

이날 투표 이전 진행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부산엑스포 유치 위원회를 이끌어온 인사들과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까지 총 5명이 나서 ‘공동체’와 ‘미래세대’를 내세우며 부산의 비전과 가치를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선발 주자인 사우디의 벽을 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처럼 종교나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기본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표가 적은 상황이다. 게다가 사우디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일찌감치 회원국들을 포섭해 뒤집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됐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인권 탄압 등 사우디를 둘러싸고 국제사회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되면서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투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고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유치전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도 국가 자산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이번 투표 결과가 아쉽지만 부산의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나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며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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