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완패, 尹·이재명은 자세 낮췄는데…여야 ‘대리전’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9 19:05
윤석열 대통령,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한국 부산이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상대로 완패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메시지 ‘톤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예고에 없던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면서 유치 실패 책임을 본인에게 온전히 돌렸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며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지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에게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유치 실패 원인에 "저 역시도 96개국 정상과 150여차례 만났고, 수십개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 통화도 했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가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거듭 자세를 낮췄다.

특히 결과가 당초 정부 측 예측과 크게 달랐던 점에 대해서는 부산시장 출신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뚜껑을 열기 전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있지 않았나"라며 "우리의 외교적 역량, 정보 역량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정부에 대한 비판보다 유치 실패에 따른 국민적 실망감에 초점을 맞췄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많은 분이 직접 발로 뛰고 최선을 다했지만, 엑스포 부산 유치가 불발됐다"며 "부산 시민과 많은 국민에게 위로의 말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비록 유치는 실패했지만, 가덕도신공항, 광역교통망 확충 등 남은 현안 사업이 중단 없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 온 정부와 국회, 기업을 비롯한 민간 모든 부문에 감사의 말을 드린다"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발전과 부·울·경 메가시티 등 국민과 한 약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부산시민과 함께한 지난 7년의 여정은 여기서 일단락됐지만 부산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북항 재개발 등 부산의 숙원 사업 추진을 계속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며 처음부터 불리한 여건으로 시작했지만, 유치 과정에서 우리는 ‘K-컬쳐’의 우수성을 알리며 소프트파워 강국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전임 정부였던 문재인 정부가 부산 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았기에 윤석열 정부가 불리한 후발주자로 유치전에 돌입해야 했음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유치전 패인에 대해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며 "외교가에서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뒤늦게 우리가 나서서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고 초반 열세를 극복하는 데 그만큼 어려움이 컸다"고 전했다.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직접 민주당을 겨냥, "겉으로는 위로를 전하지만 속으로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쾌재를 부르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의 당리당략을 위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총력을 기울였던 노력까지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슬프지만 이게 무능·무책임·무대책 윤석열 정권의 실력이고 수준"이라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이제는 혈세 낭비하는 해외관광 그만하고 민생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조승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도전을 계속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유치 전략과 외교력 및 정보력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적었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119 대 29라고 하는 결과가 충격적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우리나라 외교 역사에서 이렇게 큰 표 차이가 난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 보니 이 결과에 대해선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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