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없어도 與 내부사격...인요한이 김기현에 준 ‘선택지’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30 21:01
웃음 짓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웃음 짓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지도부 좌초론’이 지속 제기되는 국민의힘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김기현 대표를 코너로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김 대표 사퇴 등을 전제로 하는 당 비대위 전환 및 비대위원장 후보 등을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동시에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김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거나 혁신위·지도부가 함께 ‘공멸’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30일 오전 CBS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필요하면 해야 한다"며 "빨리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선거대책위원회나 비대위나 뭔가 나올 것"이라며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거나 아니면 보충하거나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은 한동훈 장관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비대위원장설을 두고도 "좋다. 다 신선하다"고 평가했다.

인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 지역구에 출마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니면 비대위를 하면서 비례대표로도 나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인 위원장은 이후 이날 혁신위 회의에서도 지도부·친윤(친윤석열)·중진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를 공식 안건화하는 데 대해 그간 침묵해온 김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혁신안을 "안 받아들일 수 없게 넘겨야 한다. 국민이 뒤에 있다"고 자신하며 "조금 강도를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움직이는 사람이 한둘 나와야 힘이 나고 우리가 도움이 되는구나 (라고 생각한다)"며 "그냥 복지부동하고 있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인 위원장은 또 애초 지도부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거론한 뒤 혁신위 조기 해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요안 위원장은 아울러 내년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직 추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나부터 먼저 희생하며 당 지도부에 제안한다. 이번 총선에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혁신위의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로 넘기겠다는 일반적 답변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며 "혁신위에서 제안한 국민의 뜻이 공관위 통해 온전히 관철돼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관위원장 추천 요구에 대한 답을 다음달 4일까지 달라고 못 박았다.

김 대표는 일단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그동안 혁신위 활동이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그런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인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김 대표는 특히 "그동안 혁신위가 참 수고를 많이 했는데 당의 발전을 위한 나름대로 좋은 대안을 제시해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드린다"며 혁신위와의 ‘작별’을 시사했다.

이에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인 위원장 공관위원장 요구를 거절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 신당 창당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혁신위마저 좌초 가능성이 대두되자, 김기현 지도부 내에서마저 혁신위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활동과 변화 방향에 우리 당 지도부가 그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매서운 질책을 무척 따갑고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혁신위원회가 우리 당 지도부를 향해 더 가열찬 혁신과 쇄신에 나서달라고 한 주문에 대한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의 실패는 곧 우리 당 지도부의 실패가 될 것이고, 혁신위의 성공은 우리 당 지도부의 새로운 희망과 미래가 될 수 있다"며 "지도부가 혁신위 출범 때 ‘전권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어렵게 모셔 왔던 초심처럼, 혁신위가 가열차게 국민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던 혁신위의 제안을 거절할 명분이 없고, 자칫 혁신위와 지도부가 ‘공멸’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전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혁신안을 수용하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도부 일원으로서 하고 있다"며 "정치 후배로서 우리 당의 정치 선배들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대의명분을 위한 결정을 해 주실 거라 믿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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