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은 어쩌냐"…총선 예비등록 1주일 앞인데 ‘선거 룰’도 못 정한 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5 14:51

민주당 "선관위 획정안, 국민의힘 의견만 반영…편파적"



"선거구 획정 늦추기, 정치 신인에게 기회 없애는 것"



선거일 90일전부터 딥페이크 활용한 선거운동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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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여야는 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개혁 방향과 선거구획정에 대해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총선 예비등록일인 12일을 일주일 앞두고도 선거 룰조차 정하지 못해 ‘깜깜이 총선’이 우려되면서 정치 신인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 개편 논의에 진척이 없는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오늘 오후 2시까지 획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원래는 정개특위가 선거제도를 확정한 다음에 선거구를 획정하게 돼 있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이어 "오는 12일이면 자기 선거구인지도 잘 모르는 예비 후보자가 공약을 이야기하며 선거운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도대체 민주당 입장이 뭔가. 병립형 비례대표제인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국민의힘이 예전의 선거법(병립형 비례대표제)으로 회귀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게 되면서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60석’이라는 민주당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협상 진척이 전혀 안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60석까지만 간다면 병립형 비례대표제도 섞어서 함께 논의해 볼 수는 있다는 게 민주당 가이드라인"이라며 "더욱 빨리 양당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걸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마련한 선거구 획정안을 토대로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지난 4월 10일까지 선거구 획정 작업을 끝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데드라인 이후 8개월이 되도록 위법 상황을 방치한 것이다. 선거구 획정은커녕 의원 정수 등의 획정 기준조차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2시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2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김 의장에게 제출했다.

선거구

▲22대 총선 선거구 합구·분구 예상지역. 연합뉴스


선관위 획정안에 따르면 서울은 노원구갑·을·병은 노원구갑·을으로 통합된다. 부산은 남구갑·을이 남구로 통합되고 북구강서구갑·을이 북구갑·을, 강서구로 분구된다. 인천은 서구갑·을이 서구갑·을·병으로 분구된다.

경기는 부천시갑·을·병·정이 부천시갑·을·병으로 통합되고, 평택시갑·을이 평택시갑·을·병으로 분구된다. 아울러 안산시상록구갑·을, 안산시단원구갑·을은 안산시갑·을·병으로 통합된다. 또 하남시는 하납시갑·을로, 화성시갑·을·병은 화성시갑·을·병·정으로 분구된다.

전북은 정읍시고창군, 남원시임실군순창군, 김제시부안군,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이 정읍시순창군고창군부안군, 남원시진안군무주군장수군, 김제시완주군임실군으로 통합된다.

획정안에 대해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국회로 보내온 선거구획정안은 공직선거법 제25조의 원칙과 합리성을 결여한 국민의힘 의견만이 반영된 편파적인 안으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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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총선별 선거구 획정일


국민의힘 소속 한 인사는 이 문제에 대해 "정치 신인의 경우 출마 지역을 정해야 하는데 지역구 획정도 되어있지 않고 선거법 관련한 합의들이 되어 있지 않아 비례대표를 도전할지 지역구를 도전할지 애매하다"며 "예를 들어 노원구에서 갑·을·병 지역구가 있다고 하면 이제 갑·을로 바뀔텐데 내 지역구가 어디인지도 모르니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기성 정치인에게는 유리하지만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 신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철현 경일대학교 특임교수는 "12일에 당장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데,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으면 지금 명함을 돌리는 지역이 자신이 출마할 수 있는 지역인지 아닌지를 모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것은 선거법 위반 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 신인에 대해서는 기회를 최대한 줄이는 게 자신에게는 유리하다"며 "국회 기득권 중 가장 대표적인 기득권이 선거구 획정을 계속적으로 늦추고, 정치 신인이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치 신인들은 어디서 명함을 돌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것이 현역 의원들에게는 훨씬 유리하다"며 "현역 의원은 어쨌든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고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게임의 규칙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게임 무대에 등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우리가 병립형과 준연동형제 등 비례대표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당장 12일로 다가온 예비 후보에 대한 선거구 획정에 대한 문제는 사전에 결론이 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는 병립형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여러 신당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아마 준연동형제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공통적으로 (신당에 유리한)준연동형제로 갈 생각이 없다"며 "300명이라는 의원 정수를 고정시켜 놓은 상태에서는 준 연동형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번 경험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대권 주자들, 특히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송영길 전 대표나 조국 전 장관등의 (신당을 통한)국회 진입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2027년 대권 가도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비례대표 신당을 통해 명예회복을 하고 국회에 진입하게 되면 민주당의 대권 구조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낙연 전 총리가 신당을 통해 호남 민심을 흔들고 국회에 들어오는 것도 이 대표 입장에서는 위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 모두 당연히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볼 때는 야합으로 보일 수 있을 그런 형태로 선거제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선거 90일 전부터는 딥페이크(Deepfake)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못 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 운동을 위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편집해 유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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